UFO의 정체

입력
2021.07.04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 막바지 갑작스러운 질문이 웃음을 자아낸 일이 있었다. 회견을 마치려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폭스뉴스 기자가 "오바마가 미확인공중현상 관련 영상과 기록이 있지만 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UFO에 관한 질문이었다. 그 며칠 전 방송에 출연한 오바마는 "취임 후 외계인 표본이나 우주선 숨긴 시설이 있느냐고 당국자에게 물었는데 없다고 했다"며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물체 사진이나 기록은 있다"고 말했다.

□ 미확인비행물체(UFO)라는 용어는 1940년대 후반부터 20년간 관련 사례를 조사해온 미 공군이 1950년대 중반부터 쓰기 시작했다. 그 조사에서 공군은 1만2,000건이 넘는 목격 정보를 모았는데 그중 700건 정도를 미확인으로 분류했다.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기 충분한 소재인데도 정보 공개도 사실 규명도 제대로 안 되다 보니 지금까지도 억측이 많다. 외계인 시신을 수습한 것으로 와전된 1947년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웰 사건이 대표적이다.

□ 미국 국가정보국이 최근 UFO 검토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부 당국이 이 주제의 조사 보고서를 낸 게 처음이라 주목받았지만 결론이 명확하진 않다. 2004년 이후 미군이 목격한 144건 중 기구로 추정되는 1건을 제외하고는 정보 부족으로 실체 규명이 어렵다고 했다. 다만 일부 비행체의 움직임은 알려지지 않은 기술이라는 점을 인정했고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 분석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 '코스모스'로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우주에 1,000억 개의 은하가 있고 은하마다 1,000억 개의 별이 있으니 지구처럼 생명이 존재하는 행성이 더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외계탐사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던 세이건은 다만 그 외계인은 SF를 통해 우리가 아는 모습과 많이 다를 수 있다며 추(sinker), 찌(floater) 같은 모습을 상상했다. 외계인이 지구를 다녀갔다면 왜 소통하지 않는 걸까. 외계인은 이미 우리 주변에 있는 걸까. 우주 탐사의 진전과 함께 이런 수수께끼도 풀리길 기대한다.

김범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