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군 설악산 자락의 신선대에 가면 설악산 명물인 울산바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장맛비가 내리다 잠시 날이 개면 울산바위는 운무에 둘러싸이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지난 주말 찾아간 설악산도 산 전체를 짙은 운무가 감싸 바로 앞을 지나가는 사람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웅장한 풍경을 마주하리라’ 기대했던 희망도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쓸려가 버렸다. 한참을 정상에서 머무르며 운무가 그치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그러다 바위 곳곳에 생긴 작은 물웅덩이에서 반가운 무당개구리를 만났다. 어린 시절엔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귀한 무당개구리를 설악산 정상에서 만날 줄이야. 이곳에선 천적들이 없는지 물웅덩이마다 대여섯 마리가 자리를 잡았는데 사람들의 인기척에도 아랑곳없이 몸을 대자로 뻗고 있었다. 여기가 마치 제집인양 조용히 내리는 빗소리를 감상하는 듯 태평하기 그지없었다.
이렇듯 평화로운 풍경을 마주하니 마음에 여유가 찾아왔고 문득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이 떠올랐다. 작은 웅덩이에 갇혀 살아 세상을 알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가 전부인 양 착각하는 어리석은 이들을 가리키는 ‘우물 안 개구리’. 비록 그토록 보고 싶던 ‘울산바위 운해’는 볼 수 없었지만, 무당개구리를 만나 ‘지혜’를 얻어간다고 생각하니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선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