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는 여권 대선주자 중 ‘1강’에 오른 지 오래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흙수저 비주류"라 칭한다. 1일 두 번째 대권 도전을 선언하며 자신에게 “정치적 후광, 조직, 돈, 연고, 아무것도 없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비주류의 세상을 밝히는 지도자'를 자처해 '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한 여권 주류, 엘리트 그룹이 장악한 정치권 주류의 견제를 물리치는 것이 이 지사의 전략으로 보인다. 그는 대선 출마선언문에 '삼국지'에 나오는 '억강부약'(抑强扶弱·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다)이란 표현을 썼다.
그러나 쉬운 게임이 아니다. 주류를 넘어선다 해도 혹독한 도덕성 검증이 기다리고 있고, 경선 관문을 통과하면 '정권 교체'에 대한 민심의 거센 요구와 맞닥뜨려야 한다.
우선 당내 경선에서 '비(非)이재명계 연대'의 위력이 만만치는 않다. 정통성을 앞세워 주류 표심에 호소하고 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의원의 단일화 추진이 그 시작이다. 이낙연 전 대표까지 단일화 움직임에 가세하면 이 지사가 쫓기는 입장이 될 것이다. 여러 주자들에게 흩어져 있는 친문 표심이 한 명에게 결집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 지사 측이 ‘누구에게나 열린 캠프’를 꾸린 것은 주류 표심을 포섭하기 위해서다. 이 지사의 대선 캠프는 ‘이해찬계’ 조정식 의원이 총괄을, ‘박원순계’ 박홍근 의원이 비서실장을 맡았고, ‘이재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은 아무 보직도 맡지 않았다. 비이재명계를 겨누는 네거티브 공세도 하지 않기로 했다. 캠프 관계자는 “경선 후 ‘원팀’으로 본선에 나설 것까지 고려해 주류와의 거리를 좁혀 나갈 것”이라고 했다.
녹취 파일이 남아 있는 ‘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 등은 이 지사의 약점으로 꼽혀 왔다.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때도 논란이 된 재탕 이슈이긴 하지만, 파괴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여성 표심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이 지사 측도 도덕성 리스크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형수 욕설에 대해 “제 부족함에 대해 용서를 바란다. 죄송하다”며 허리 숙여 사과했다. 이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욕설에 대해서는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며 국민들의 이해를 구한 것”이라며 “다만 여배우 스캔들은 이 지사가 수차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고 선을 그었다.
당내 예선보다는 야권 후보와 맞붙는 본선이 이 지사에게 훨씬 힘든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마주할 대선 지형은 더없이 척박하다. 4ㆍ7 재ㆍ보궐선거 참패로 확인된 부동산 분노 민심이 호전되지 않았고, '이준석 현상'에 힘입은 국민의힘은 중도로 연일 진격 중이다. 한국갤럽 6월 1주차 조사에서 ‘내년 대선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게 좋다’고 답한 비율은 50%로, ‘여당 후보 당선’을 선호한 비율(35%)보다 15%포인트나 높았다.
이에 이 지사는 민주당이나 문재인 정부와 거리를 둔 채 ‘개인 경쟁력’으로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민주당 대 국민의힘’이 아니라, ‘이재명 대 보수 후보’ 구도로 끌고 가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9월 9일 당 경선이 끝난 뒤 대선까지의 180일을 '이재명의 능력'을 입증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전국지표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