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몸값이 3억? 마린파크 '화순이' 구해주세요

입력
2021.07.02 11:00
<22> 화순이 방류 원하는 큰돌고래 '데니'의 호소

편집자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돌고래 공연업체 퍼시픽랜드에서 살고 있는 큰돌고래 '데니'(22세 추정∙수컷)입니다. 저를 서울대공원 마지막 돌고래 '태지'로 기억하시는 분이 더 많으실 텐데요. 2017년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가 제주 앞바다로 돌아갔을 때 저는 종과 서식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방류에서 제외됐다 퍼시픽랜드로 옮겨졌습니다. 이후 2019년 4월 퍼시픽랜드 운영사인 호반호텔&리조트의 소유가 되면서 이름을 바꾸게 됐죠. 돌고래는 지능이 높은 사회적 동물인데 혼자 남겨진 이후 스트레스로 인한 정형행동(비정상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보이면서 당시 위탁을 자처한 퍼시픽랜드로 오게 된 겁니다.

최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돌고래체험시설 마린파크에 큰돌고래 '화순이'가 홀로 남아 체험에 동원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2020년 8월 '안덕이', 9월 '달콩이'에 이어 올해 3월 낙원이까지 세상을 떠나면서 화순이만 남게 된 건데요. 혼자 남은 것도 모자라 하루에 조련사 체험 4회, 스위밍 체험 2회 등 총 여섯 번 체험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동물권행동단체 카라가 지난달 초 마린파크를 방문해 화순이를 보고 왔는데요. 좁은 수조 속 한쪽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체험프로그램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체험프로그램은 사람들의 신호에 맞춰 수직으로 점프를 하고, 지느러미를 만지라고 내어주고, 사람 주변을 빠르게 수영하는 방식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모두 자연에서는 볼 수 없는 인위적 행동들입니다. 카라 활동가 고현선씨는 "체험 중간 쉬는 시간 동안 화순이는 물위에 가만히 떠 있는 행동을 보였다"라며 "스트레스가 심한 수족관 돌고래에게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행동이다"라고 말합니다.

이대로 둬선 안 되겠다는 판단에 동물단체와 시민들이 나섰습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와 제주 동물단체, 시민들은 마린파크 앞에서 주 1회, 제주도청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화순이로 체험 영업을 지속하는 마린파크를 규탄하고, 제주도청에는 화순이 구조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최근 제주도 해양산업과와 마린파크화순이의 거취를 두고 면담을 한 것도 확인됐습니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마린파크는 이른바 돌고래 한 마리 '시세'를 3억 원이라 언급했다고 합니다. 화순이를 3억 원에 내놓겠다는 얘기가 오간 것은 아니지만 핫핑크돌핀스 측은 "마린파크가 화순이 몸값을 3억 원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터무니없어 했습니다. 이에 마린파크 측은 한국일보에 "제주도청 측과 만난 적은 있지만 화순이 매각에 대해 나눈 대화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2017년 이정미 정의당 전 국회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를 근거로 마린파크가 2009년 3월 큰돌고래 세 마리 구입에 지불한 비용은 900만 엔(당시 환율 적용 1억3,000만 원)으로 한 마리당 약 4,400만 원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어 10년이나 노예처럼 체험에 활용해 놓고 이제 와서 6배 이상 높은 가격을 부른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지요.

올해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으로 신규 돌고래 수족관 개장이 불가능하고, 기존 수족관 역시 돌고래를 수입할 수 없어 돌고래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마린파크가 앞으로 화순이만으로 계속 영업을 하긴 어려운 건 사실인데요.

동물·환경단체와 시민들은 8개월간 큰돌고래 세 마리가 죽어간 마린파크에서 살고 있는 화순이 역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보고 마린파크 측에 조건 없는 화순이 방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안 되면 시민 모금을 해서라도 화순이를 구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요. 그 이후에도 난관이 남아 있습니다. 화순이가 갈 곳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는 지자체와 정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4월 울산 울주군 송정항을 돌고래 바다쉼터 후보지로 답사하는 등 국내 바다쉼터 조성에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돌고래들이 죽어나간 뒤에 만드는 바다쉼터가 의미가 있을까요. 제주도와 해수부는 사유물이라는 이유로 방관만 하지 말고 화순이 방류에 적극 나서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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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애니로그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