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위기상황인데... 민주노총 "3일 1만 명 도심집회 강행"

입력
2021.07.01 14:45
8면
집회자유 침해 이유로 헌법소원도 제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3일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1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기로 했다. 스포츠 경기, 공연 관람은 수천 명이 모여도 허용하면서 시위만 못하게 하는 건 '집회의 자유 침해'라는 논리까지 내세웠다. 위태로운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감안해 불허 방침을 밝힌 정부와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1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에서 중대재해 근절대책,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1만 명 규모가 모일 예정이다. 경찰과 서울시는 위태로운 코로나19 방역상황을 감안해 집회 금지를 통보했다.

양 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하는 데 대한 국민 여러분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민주노총은 거리두기와 집회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충분한 공간을 요구했지만, 경찰과 당국은 노동자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것에만 혈안돼 있다"고 비판했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지난해 광복절 집회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1명 나왔으나 추가 확진자는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면서 집회를 진행할 의지와 능력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발표한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에 따르면 집회는 구호·노래 등 비말 발생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1단계에는 500명, 2단계에는 100명, 3단계 때는 50명 미만까지 허용된다. 다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2단계이지만 2주간 이행기간을 설정해뒀기 때문에 50명 미만까지만 집회가 가능하다. 거기서 또 서울시가 개편안 적용을 1주일 미루면서 집회 가능 인원은 최대 9명으로 제한됐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이 기준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똑같이 노래를 부르고 소리를 질러 비말 발생 위험도가 높은 콘서트는 별도의 방역 수칙을 적용해 2단계부터는 5,000명 미만까지 허용해주면서 노동자는 왜 9명만 모일 수 있느냐"라며 "방역 프레임을 앞세워 정치적 반대 목소리를 억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시의 집회 제한 고시와 감염병 예방법이 헌법상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정부는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해 민주노총의 이번 집회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임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방역수칙 준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때, 전국적 확산의 단초가 될 수 있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면, 우리가 그간 지켜온 방역의 노력을 한순간에 수포로 돌릴 수 있다"며 "민주노총이 대규모 집회를 자제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유환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