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보수 야권 유력 주자로 뜬 이후 이들의 지원 그룹이 주목받고 있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모두 학창시절 친구들의 활약이 특히 눈에 띈다. 두 사람 모두 정치권에 이제 막 발을 들인 처지이다 보니, 아직 갖추지 못한 '세'를 '우정'으로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윤 전 총장 주변에선 ‘서울 대광초’ 인맥이 눈에 띈다.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표적이다. 이 교수와 윤 전 총장은 초등학교 동창이자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로 막역한 사이다. 윤 전 총장이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의혹을 수사하다 항명 논란으로 징계를 받을 때 이 교수가 특별 변호인으로 나섰고, 윤 전 총장의 정치 도전도 적극 돕고 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 총장직에서 물러나 잠행하는 동안 소통 창구 역할을 한 것도 이 교수였다.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도 대광초 친구다. 역시 대광초 출신인 박도준 서울대 의대 교수에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 보건ㆍ복지 분야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한다.
네거티브 대응팀인 손경식, 이완규 변호사도 윤 전 총장과 인연이 오래됐다. 손 변호사는 검사 출신이고, 이완규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79학번이자 윤 전 총장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지난 28일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칩거 중인 최 전 원장도 정치권 인사들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아직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지 않은 상태라 발언과 행보에 극도로 신중을 기하는 중이다. 최 전 원장의 ‘죽마고우’ 강명훈 변호사가 대선팀 조직을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중학생 때 교회에서 처음 만나 경기고, 서울대 법대, 사법연수원을 함께 다녔다. 고교 시절 최 전 원장이 다리가 불편한 강 변호사를 2년간 업고 등교한 일화도 자주 회자된다.
현재로선 학맥에 기댄 ‘동창 정치’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오랜 시간 법조계에 몸담았기 때문에 정치인 출신 대선주자에 비해 인맥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공직을 내려놓기 전에 인재 영입 등 정치 활동에 대놓고 나설 수도 없었다. 시간은 촉박한데, 캠프를 법조인 일색으로 채울 수는 없으니 학창시절 인맥을 동원하는 건 자연스럽다.
'친구 정치'가 지속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 섞인 조언도 나온다. 대선주자로서 넓은 시야를 갖는 데 장애물이 되고, '권력 사유화'로 인한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선거나 정당활동 경험이 없는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이 친밀한 집단의 조언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정치는 개인적 영역이 아닌 만큼, 책임을 질 수 있는 공식 조직의 역할이 자리를 잡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