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기존 상식을 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추진할 전망이다. 잇따른 봉쇄로도 코로나19를 완전히 몰아내지 못하는 현 상황을 인정하고, 봉쇄와 감염자 추적, 확진자 수 집계 등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여행과 모임 제한도 전면 해제한다.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이른바 ‘뉴 노멀’(새로운 표준)로 선언했다는 이야기다.
3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싱가포르 코로나19 태스크포스가 ‘감염 제로’ 전략을 포기하고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추구하는 새 로드맵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의 강력한 방역 체계가 지금까진 대규모 감염 방지에 성공적이었지만, 계속되는 변이 바이러스 출현과 확산 탓에 지금과 같은 방식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긴 어렵다고 판단한 셈이다.
대신 싱가포르 당국은 위중증 환자와 중환자실 입원자 수만 집계하기로 했다. 경증 감염자는 병원 대신 집에서 요양한다. 의료 시스템 포화를 막으면서 중환자 치료에 집중하겠다는 복안이다. CNN은 싱가포르의 전략 변경을 두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 여행과 관광을 재개하려는 다른 국가를 위한 선례가 될 수 있는 대담한 계획”이라며 “18개월에 걸친 일상의 제한을 겪은 뒤, 이제는 자신의 삶을 제자리로 되돌리려 하는 주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의 방역 정책 변경은 이미 조짐이 있었다. 간킴용 싱가포르 통상부 장관과 로런스 웡 재무부 장관, 용예쿵 보건부 장관은 지난 24일 현지 일간 스트레이트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나쁜 소식은 코로나19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고, 좋은 소식은 코로나19와 함께라도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유행병을 인플루엔자나 수족구병같이 우리 생활에 덜 위협적인 무엇인가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코로나19와의 공존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싱가포르의 이 같은 선언은 상대적으로 높은 백신 접종률에서 기인한다고 CNN은 해석했다. 실제로 싱가포르 인구의 3분의 2는 다음 달 초까지 최소 1회 백신을 맞을 예정이다. 8월 9일까지는 2차 접종까지 끝마칠 예정이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백신 접종이 변이 바이러스에도 일정 부분 효과가 있으며, 중환자 또는 사망자 발생 역시 크게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