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화하면서, 실제 금리인상 시점과 속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5월만 해도 "연내 인상은 경제 상황에 달려 있다"며 조건부 인상론을 내걸었던 이 총재가 한 달 만에 "연내 인상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내놓자, 한은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의 입김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부터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는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매파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한은 내부에서도 '물가 안정'을 최우선시해 온 기존 매파 대신,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된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앞세워 금리 인상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신(新)매파가 등장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1일 한은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리 인상에 대한 이 총재의 발언 수위는 시간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 5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이후 "연내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깜빡이'를 켠 지 불과 한 달 만인 지난달 24일 "연내 금리를 정상화(인상)할 필요가 있다"며 수개월 안에 '핸들'을 돌릴 수 있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불어난 가계부채와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 거품에 대한 우려가 한은의 태도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과거엔 금통위원을 물가와 성장을 중시하는 태도에 따라 각각 매파(물가 안정)와 비둘기파(경기 성장)로 구분했다면, 지금은 가계부채 등 금융 불균형 상황을 어떤 강도로 받아들이냐에 따라 이들의 성향이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2.6%)이 9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심상치 않은 물가 상승세 역시 금리 인상의 주요 변수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금통위가 올해 금리 인상을 선언한 근본적인 이유는 초저금리의 힘으로 급격하게 늘어난 가계부채 때문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은 안팎에선 현재 이 총재를 포함한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5명을 '매파'로 보고 있다.
'연내 금리 인상'을 거듭 시사한 이 총재의 발언도 금통위원 대다수 발언을 근거로 삼은 만큼, 금리 인상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 5월 개최된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대다수(발언이 공개된 위원 6명 중 4명) 위원은 과도한 가계빚과 경제주체들의 위험선호 현상 등으로 촉발된 '금융 불안'을 이유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한은 금통위원들이 올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JP모건은 "5월 금통위 의사록은 금통위의 전반적인 태도가 매파적으로 기울었음을 뚜렷하게 보여줬다"며 "3분기 금리인상 소수 의견이 등장한 뒤 4분기에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매파' 우위인 현 금통위 특성상 올해 한 차례 인상 이후 이 총재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 전에 열리는 1월과 2월 금통위에서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이 총재가 최근 "금리를 한두 번 올려도 통화정책은 완화적 수준"이라고 말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는 △7월 △8월 △10월 △11월 등 네 차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