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 멈춰" 매파 가고 "부채 막자" 新매파 왔다

입력
2021.07.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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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가장 큰 고민은 "과도한 가계빚"
"물가 안정" 중시 전통적 매파 구분 변화
올해 4분기 "만장일치 금리인상" 예상도



"물가 안정을 중시하던 '매파'가 달라졌다. 2021년 한국은행 매들의 관심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역대급으로 불어난 가계빚(부채)에 쏠려 있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 발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화하면서, 실제 금리인상 시점과 속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5월만 해도 "연내 인상은 경제 상황에 달려 있다"며 조건부 인상론을 내걸었던 이 총재가 한 달 만에 "연내 인상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내놓자, 한은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의 입김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부터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는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매파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한은 내부에서도 '물가 안정'을 최우선시해 온 기존 매파 대신,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된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앞세워 금리 인상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신(新)매파가 등장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매파의 가장 큰 고민은 '물가' 아닌 '가계빚'


1일 한은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리 인상에 대한 이 총재의 발언 수위는 시간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 5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이후 "연내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깜빡이'를 켠 지 불과 한 달 만인 지난달 24일 "연내 금리를 정상화(인상)할 필요가 있다"며 수개월 안에 '핸들'을 돌릴 수 있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불어난 가계부채와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 거품에 대한 우려가 한은의 태도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과거엔 금통위원을 물가와 성장을 중시하는 태도에 따라 각각 매파(물가 안정)와 비둘기파(경기 성장)로 구분했다면, 지금은 가계부채 등 금융 불균형 상황을 어떤 강도로 받아들이냐에 따라 이들의 성향이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2.6%)이 9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심상치 않은 물가 상승세 역시 금리 인상의 주요 변수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금통위가 올해 금리 인상을 선언한 근본적인 이유는 초저금리의 힘으로 급격하게 늘어난 가계부채 때문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매파 우위 금통위...내년 '추가' 인상 전망도

한은 안팎에선 현재 이 총재를 포함한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5명을 '매파'로 보고 있다.

'연내 금리 인상'을 거듭 시사한 이 총재의 발언도 금통위원 대다수 발언을 근거로 삼은 만큼, 금리 인상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 5월 개최된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대다수(발언이 공개된 위원 6명 중 4명) 위원은 과도한 가계빚과 경제주체들의 위험선호 현상 등으로 촉발된 '금융 불안'을 이유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한은 금통위원들이 올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JP모건은 "5월 금통위 의사록은 금통위의 전반적인 태도가 매파적으로 기울었음을 뚜렷하게 보여줬다"며 "3분기 금리인상 소수 의견이 등장한 뒤 4분기에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매파' 우위인 현 금통위 특성상 올해 한 차례 인상 이후 이 총재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 전에 열리는 1월과 2월 금통위에서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이 총재가 최근 "금리를 한두 번 올려도 통화정책은 완화적 수준"이라고 말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는 △7월 △8월 △10월 △11월 등 네 차례 남았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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