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9일 33조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고 5차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0%'에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민주당에서 전 국민 대상 지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지급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추경안 당정 협의에서 이러한 방안을 결정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추경안은 33조 원 내외로, 기정예산 3조 원을 포함하면 총 규모는 36조 원가량"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출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재원은 올해 정부 예측보다 30조 원 이상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세수로 충당한다. 국채 발행은 없다.
구체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지원을 위한 3종 패키지(재난지원금·소상공인 지원·신용카드 캐시백)에 15조~16조 원이 투입된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은 소득 하위 80%로 결정됐다. 여기에 지난해 1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가구당 최대 100만 원)과 달리 1인당 25만~30만 원을 주고, 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 약 300만 명에게 10만 원을 더 지급하자는 당의 요구가 관철됐다. 박 의장은 "상위 20%는 연소득 1억 원(4인 가구 기준) 정도"라고 추산했다.
영업제한·금지 등 행정명령을 받았거나 행정명령 대상은 아니지만 코로나19 피해가 심한 경영위기업종 등 소상공인(소기업 포함) 113만 명에게는 최대 900만 원의 '희망회복자금'이 지급된다. 지난 3월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이들 업종에 100만~500만 원을 줬는데, 지급액을 크게 높였다. 신용카드 사용액을 늘리면 증가분의 10%를 환급해주는 신용카드 캐시백도 추진된다. 이밖에 △코로나19 백신 1억6,200만 분 확보 등 백신·방역 보강(4조~5조 원) △고용·민생안정(2조~3조 원) △지역경제 활성화(12조~13조 원) 등이 편성됐다. 당정은 2차 추경안을 다음 달 2일 국회에 제출해 7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할 방침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에서 재난지원금을 보편 지급해야 한다는 요구가 만만치 않은 탓이다.
박 의장도 "(지급 대상 범위는) 확정된 게 아니다"라며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권 관계자는 "당이 선별 지급안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던 건 청와대가 정부 편에 섰기 때문"이라며 "정책 의총에서 보편 지급 여론이 확인되고 야당이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 수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4월 정부는 소득 하위 70%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에도 당정 합의안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4·15 총선에서 전 국민 지급을 공약했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를 관철시켰다.
당 대선주자 간에도 온도차가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상위 소득자를 일부 배제하면 80%, 81% 차이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밝혔고, 이광재 의원도 "전 국민에게 (돌아)가는 게 맞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소득 하위 80% 지급과 관련해 "견해 차이가 많이 좁혀졌다"며 당정의 선별지원 결정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