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도둑맞았던 ‘현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와 피에트 몬드리안의 작품들이 원래 자리인 그리스 국립미술관으로 돌아오게 됐다. 특히 스페인 출신인 ‘입체파의 창시자’ 피카소의 그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그가 나치에 저항하는 그리스 국민들에게 선물로 건넸던 작품이라 이번에 되찾은 의미가 더욱 깊기도 하다.
로이터통신은 28일(현지시간) 그리스 경찰이 지난 2012년 1월 국립미술관에서 도난을 당한 피카소의 그림 ‘여인의 머리’, 네덜란드 출신인 ‘추상회화의 선구자’ 몬드리안의 풍경화 ‘풍차’를 되찾았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두 작품을 아테네 외곽의 한 협곡에서 발견했으며, 이후 용의자 1명을 체포해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인의 머리’는 1949년 피카소가 나치 독일에 저항하는 그리스 국민들에 경의를 표한다며 미술관에 기증했던 작품이다. 그림 뒤쪽엔 “그리스 국민들에게, 피카소가 바치는 헌사”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도난 사건 당시 파장이 컸던 건 당연했다. 국립미술관 관계자가 “도둑맞은 그림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도 어렵다”라면서 탄식했을 정도다.
사건 당시, 여인의 머리를 비롯한 미술품들은 7분 만에 도둑들의 손에 넘어갔다. 범행 자체가 조직적이었던 데다, 미술관의 안일한 태도 때문이었다. 그림을 훔친 일당은 범행 전날부터 일부러 미술관의 보안 알람을 반복적으로 작동시켰다. 단순한 기계 오작동으로 생각한 미술관 경비원은 보안 시스템을 그냥 종료해 버렸다.
그 결과, 일당은 너무나 손쉽게 발코니를 통해서 미술관에 진입했다. 그리고는 피카소와 몬드리안의 그림들을 액자에서 떼어내 챙긴 뒤 자취를 감췄다. 이탈리아 화가 구글리엘모 카치아의 작품도 함께 가져갔다. 몬드리안의 또 다른 유화 ‘풍경’도 훔쳤으나, 달아나던 중 미술관 내부에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리스 당국은 도난당한 그림들의 행방을 9년 넘도록 추적해 왔다. 그러던 중, 수개월 전부터 ‘아직 작품들이 그리스에 남아 있을 수도 있다’는 단서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예술잡지 아트뉴스는 올해 2월 “그리스 경찰은 암시장에 여인의 머리가 2,000만 달러(약 225억8,400만 원)에 나왔지만,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 구매자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