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정치인’ 변신을 선언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하루 전날 서울 광화문에 대선 캠프를 꾸렸다. 당분간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대국민 소통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정치 신인으로서 먼저 ‘여의도 문법’ 타파에 나서 기성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끌어안겠다는 뜻도 담겼다.
윤 전 총장은 출마 선언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 9층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곳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1997년 대선 출마를 준비하며 사무실을 차린 장소다. 조선 시대 정도전이 ‘100명의 아들과 1,000명의 손자를 볼 수 있다’며 집터로 콕 집어 풍수전문가들이 꼽는 대표 명당이기도 하다. 사무실 보증금 1억5,000만 원과 월 임대료 1,500만 원 등은 윤 전 총장이 전액 부담한다.
정치 새내기 윤 전 총장이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여의도가 아닌 광화문에 둥지를 튼 건 모험에 가깝다. 최근 배출된 대통령들은 모두 여의도에 캠프를 차렸다. 정치권 인사를 두루 만날 수 있는 등 세력 규합이 쉽기 때문이다.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여의도 용산빌딩,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의도 대하빌딩,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여의도와 차로 10여 분 거리인 광흥창역 주변을 터전으로 삼았다.
광화문 캠프에는 당분간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는 윤 전 총장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돼 있다는 전언이다. 그와 가까운 한 인사는 “윤 전 총장에게 국민적 기대가 모인 건 기성 정치에 대한 환멸 때문”이라며 “국민의힘 입당 같은 선거공학적 의제를 멀리하고 신인의 낮은 자세로 각계각층의 국민 의견을 듣고 흡수하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별도 외부일정 없이 29일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발표할 출마선언문 원고를 다듬었다. 그가 15분간 낭독할 출마의 변은 A4용지 4, 5장 분량이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길들이기에 저항해 탄압받은 피해자로서 정권교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애국과 헌법정신ㆍ법치주의를 바로 세워 공정과 상식 가치를 회복하겠다”는 내용이 줄기를 이룰 거라고 측근들은 설명한다.
윤 전 총장은 출마선언식에서 기자들과 40분 동안 주고받을 ‘즉문즉답’의 예상 답변도 준비하고 있다. ‘X파일' 및 처가 관련 의혹 등 최근 지지율을 흔든 악재에도 직접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측근은 “어떤 이슈든 피하지 않는 게 ‘윤석열 스타일’”이라고 했다. 행사에는 정진석 권성동 이종배 유상범 등 국민의힘 의원 20여 명도 개인 자격으로 참석해 힘을 보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