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에서 서행하던 중 갑자기 길가에서 뛰어든 아이를 치어 다치게 한 운전자가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규정속도를 지키며 운행하던 중 순간적으로 짧은 시간에 사고가 벌어져 대처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운전자의 과실을 묻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전지법 형사12부(부장 유석철)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상(일명 민식이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차량을 운전해 대전 유성구 한 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을 규정 속도를 지키며 서행하던 중 갑자기 인도 쪽에서 차로로 뛰어나온 아이를 치었다.
당시 술래잡기를 하던 아이는 이 사고로 전치 10주의 중상을 입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사고 당시 현장 도로 양쪽에는 자동차들이 빼곡히 주차돼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어린이 안전에 특히 주의해 운전해야 할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통법규를 지킨 상태에서 서행하던 중 갑자기 뛰어든 아이를 발견해 사고를 피하기 위해 제동할 만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폐쇄회로(CC)TV 녹화영상과 차량 블랙박스 녹화 영상으로 확인할 수 없는 '공주시간'을 제시했다. 공주시간은 주행 중 운전자가 위험 상황을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작동해 실제 제동이 걸리기 시작할 때까지의 시간(통상 0.7~1초)을 뜻한다.
재판부는 "도로로 진입하는 아이가 블랙박스 등 영상에 출현하는 시점부터 차량 충돌 시점까지 0.5~0.6초 정도로 계산되는데, 이는 전방이나 좌우 주시를 잘했어도 사고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령 아이를 인지한 뒤 물리적으로 가능한 최단 시간 내에 제동했더라도 사고를 피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여, A씨가 운전 중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무죄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