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28일 사퇴 의사를 밝힌 최재형 감사원장을 향해 "구(舊)주류의 총아", "전형적인 태극기부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권 행보를 저울질하는 최 원장을 겨냥한 여권의 비판 포인트가 '정치적 중립성 훼손'에서 '최재형 때리기'로 본격화한 것이다.
김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최재형, 윤석열과 앙시앙 레짐'이란 제목의 글에서 최 원장이 문재인 정부와 처음부터 결이 맞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최 원장은 처음부터 어색했다. 반부패정책협의회 등 청와대 회의에 참석해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쉬는 시간에도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내내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기억했다.
최 원장을 "태극기부대"에 빗대기도 했다. 김 의원은 "감사원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최 원장은) 애초 문재인 정부와 결이 많이 달랐다고 한다"며 "'요새 이런 이야기가 들려~' 하면서 최 원장이 먼저 정치 관련 얘기를 꺼내고는 했는데, 전형적인 '태극기부대'의 논리였다고 한다. 일본과 무역분쟁이 일어났을 때 '일본하고 이러다가는 나라 망한다'는 식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또 "경기고, 서울대 법대, 판사 경력에 독실한 기독교인인 최 원장은 우리 사회 '구주류의 총아'가 될 자격이 차고 넘친다"며 "친인척들은 그가 생각의 성벽을 견고하게 쌓는 데 크게 기여했을 것이고, 월성 1호기에 대한 '정치적 감사'는 이런 정서와 배경에서 싹텄으리라"고 주장했다.
최 원장에 대한 김 의원의 평가는 2017년 12월 청와대가 최 원장 임명 당시 밝혔던 칭찬 일색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당시 청와대는 최 원장을 두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노력해온 법조인"이라고 소개하며, "각종 미담이 많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권력기관 수장들이 잇달아 직을 던지고 여권과 척을 진 것은 대통령의 인사 실패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아픈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정색할 필요까지는 없다"며 수긍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주류를 바꾸려고 개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반동이란 설명이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가장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는 세력이 검찰과 원전 마피아다. 윤석열과 최재형은 이 세력들을 대표한다"며 "두 사람의 도전은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는 개혁세력과 저항세력이 맞서고 충돌하면서 빚어진 필연적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라고 말하는 건 역사적 맥락을 개인의 취향으로 떨어뜨리는 오류를 낳는다"며 "문 대통령이 개혁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윤석열의 난'도 '최재형의 난'도 없었을 것이다. 또 개혁의 기치를 내걸면서 우리 편만 골라 썼다면 진즉에 레임덕이 왔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