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날리는 제철 과일, 만성콩팥병 환자엔 자칫 '독'

입력
2021.06.2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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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는 수박 참외 자두 등 제철 과일이 ‘시원한 청량제’다. 하지만 건강에 좋다는 제철 과일은 칼륨이 많아 칼륨 배출 능력이 떨어진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는 독이다.

콩팥 기능이 3개월 이상 문제가 생긴 만성콩팥병 환자가 칼륨 함량이 높은 과일·채소를 과식하다간 고칼륨혈증으로 근육마비ㆍ부정맥뿐만 아니라 심장마비까지 일으킬 수 있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여름철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도 주의해야 한다. 콩팥 기능이 정상이면 단백질을 소화한 뒤 콩팥으로 잘 배출되지만 만성콩팥병이라면 배출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박 바나나 키위 딸기, 칼륨 함량 높아

더위가 지속되면 여름을 타는 현상이 많이 생긴다. 몸속 칼륨이 부족해지면서 쉬 피로하고 무기력해지는 것도 여름을 타는 현상이다. 여름을 건강하게 나려면 칼륨 섭취가 필수적이다. 특히 칼륨이 많은 과일이나 채소는 여름을 활기차게 보내는 기본 먹거리다.

하지만 콩팥 기능이 망가져 제 역할을 못하는 만성콩팥병 환자가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으면 안 된다. 과일·채소에 칼륨이 많이 들어 있지만 만성콩팥병 환자는 이를 잘 배출하지 못해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칼륨이 많이 든 과일로는 수박 바나나 키위 딸기가 대표적이다. 칼륨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 과일은 포도 오렌지 사과 등이다. 칼륨 함량이 높은 채소는 버섯 호박 미역 시금치 쑥 부추 상추 등이다. 칼륨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 채소는 가지 당근 배추 콩나물 오이 깻잎 등이다.

문주영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 환자가 칼륨 함량이 많은 과일이나 채소를 섭취하면 혈청의 칼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다”며 “이때 근육 힘이 빠지거나, 이상 감각이 생기고, 부정맥까지 발생하고, 심장이 멎는 등 생명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콩팥은 비타민 D 전구체를 몸안에 활성화하는 일을 한다. 따라서 콩팥 기능이 떨어지는 만성콩팥병 환자는 비타민 D 전구체를 제대로 활성화하지 못해 부족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만성콩팥병 환자가 더운 여름이라도 체력 저하를 막고 비타민 D 생성을 돕기 위해 일정 시간 햇볕을 쬐는 야외 활동을 꼭 해야 하는 이유다.

◇소변을 보는 양만큼 물 마셔야

한국인은 식사 때를 제외하고 하루 1리터 정도의 물을 마신다. 여기에는 청량음료와 커피 등에 든 물도 포함된다. 따라서 식사 때 수분 섭취량까지 합쳐도 하루 수분 섭취량은 2리터를 넘지 않는다. 건강한 사람은 이보다 더 많이 물을 마셔도 문제 되지 않는다. 600만 명 정도인 콩팥병 환자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이들 중 투석(透析) 치료를 받는 5만여 명을 비롯한 만성콩팥병 환자 15만 명은 물을 과하게 마시면 안 된다. 콩팥 기능이 30% 이하로 떨어져 있어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콩팥에 무리를 가서 저나트륨혈증, 심지어 폐부종까지 생길 수 있다. 이상호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 환자는 수분이나 나트륨, 칼륨 등 전해질 조절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수분 섭취 권고 지침은 '소변을 보는 양만큼만 물을 마셔라’다. 다만 소변 색깔이 진한 갈색일 때는 소변이 농축돼 있다는 뜻이므로 물을 충분히 마셔 희석해야 한다. 반면 옅은 갈색이나 노란색을 띨 때는 물을 적절히 마시고 있다는 뜻이므로 물을 더 마실 필요가 없다.

정경환 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 환자는 하루 소변량이 1,000㏄ 미만이거나 부종이 있다면 하루 수분 섭취량을 ‘전날 소변량+500~700㏄(종이컵 2~3컵)’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만성콩팥병이라면 주의해야 할 수칙>

1. 칼륨 함량이 높은 과일ㆍ채소를 삼가라.

-과일 100g당 칼륨량(㎎): 바나나 380, 참외 221, 토마토 178, 귤 173, 배 171, 단감 149, 수박 139, 포도 134, 오렌지 126, 사과 95

2. 과일은 통조림 과일을, 채소는 데쳐 먹어라.

-과일ㆍ채소를 물이 담가 놓거나 데치면 칼륨이 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과일을 통조림으로 만들면 생과일보다 칼륨 함량이 적다. 채소는 가급적 잘게 썰어 재료의 10배 정도의 따뜻한 물에 2시간 이상 담갔다가 새 물에 몇 번 헹궈 사용하면 칼륨을 30~50% 줄일 수 있다.

3. 주식은 흰밥을 먹어라.

-검정쌀, 현미, 보리, 옥수수, 찹쌀 등은 흰쌀보다 칼륨이 많다. 도정이 덜 된 곡류에도 칼륨이 많다. 노란콩은 검정콩보다 칼륨을 훨씬 많이 함유하고 있다. 녹두, 팥, 우유에도 칼륨이 많다.

4. 조리할 때 저나트륨 소금은 피하라.

-저염 소금이나 저염 간장에는 나트륨보다 칼륨이 많다.

5.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시지 마라.

-갑자기 물을 많이 마시면 저나트륨증이 생길 수 있다. 운동하기 전에 물을 마시고 운동 중 10~15분마다 120~150mL 정도 섭취해야 한다.

6. 이온음료와 탄산음료로 갈증을 풀지 마라.

-탄산음료는 장내 흡수가 잘되지 않아 갈증이 해소되지 않고 위 팽만감과 복통만 일으킬 수 있다. 이온음료에는 칼륨이 많이 함유돼 고칼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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