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56) 전 법무부 장관 부부가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법정에 나란히 선 가운데, 증인으로 출석한 딸 조모(30)씨가 검찰 수사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증언을 거부했다.
조씨는 25일 서울중앙지법 21-1부(부장 마성영 김상연 장용범)가 진행한 조 전 장관 등의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씨는 재판부에 증인지원절차를 신청해 증인지원관 동행에 따라 비공개로 법정에 출석했다. 조씨가 조 전 장관 가족 사건과 관련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건 처음이다. 이날 피고인석에 앉은 조 전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까지 세 가족이 법정에서 얼굴을 마주한 셈이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선 조씨는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뒤 검찰 수사로 인한 고통과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검찰 수사를 받으며 저와 제 가족은 시도 때도 없이 공격을 받아왔다"며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활동이 다 파헤쳐지고 부정당했다"며 울먹였다. 조씨는 "검찰 조사를 태어나서 처음 받아 봤고, 10년 전 기억이다 보니 정확하게 진술하지 못한 것도 있고 충분히 해명하지 못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그러나 "부모님이 기소된 이 법정에서 딸인 제가 증언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조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가자, 조 전 장관과 정 교수도 애써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을 보였다. 조씨 말처럼, 형사소송법상 친족이 유죄 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는 경우 증인은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검찰이 (입시비리 관련 혐의에 대해) 조씨를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하지 않아 법적 지위도 결정이 안 된 상태"라며 "(검찰의 증인신청은) 피의자를 사실상 압박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반면 검찰 측은 "조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지원 관련 혐의에 대해 조 전 장관, 정 교수, 딸 조씨 사이의 역할분담이나 공모관계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선 증인신문이 진행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피고인과 증인 모두가 결백하다면 증언을 거부할 게 아니라 더 명확히 사실관계를 주장하고 소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양측 입장을 들은 뒤 "조씨의 증언거부권 행사는 정당하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검찰은 입시비리 혐의에 연루된 아들 조모(25)씨도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예상해 증인신청을 철회했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12월 자녀 입시비리와 관련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 전 장관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소속 교수로 활동할 당시인 2009년 딸 조씨의 대학 진학을 위해 허위로 인턴십 확인서를 위조한 혐의다. 당시 공익인권법센터장을 맡았던 한인섭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도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증언을 거부했다. 한 원장은 "검찰이 저를 피의자로 계속 묶어두는 이상 법정에서 검찰의 어떤 질문에도 입을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