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홍준표, 윤석열 저격하며 野 대선판 뒤흔드나

입력
2021.06.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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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의원이 친정인 국민의힘에 복당했다. 21대 총선 공천 갈등으로 탈당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정치 현안에 할 말을 하는 홍 의원의 복당은 야권 대선판을 흔들 변수로 꼽힌다. 복당 일성으로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친 동시에, 범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저격하며 격랑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24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홍 의원의 복당을 의결했다. 홍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출마 지역을 두고 당 공천관리위원회와 갈등하다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홍 의원은 총선 이후 복당을 추진해 왔으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당내 반발 등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범보수 빅텐트'를 내건 이준석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당선되면서 복당의 길이 열렸다.

복당 일성은 '정권교체'였다. 그는 복당 결정 직후 열린 국회 기자회견에서 "어쩔 수 없이 잠시 집을 떠나야 했던 집안의 맏아들이 돌아온 셈"이라며 "공정과 자유, 서민과 소통을 기치로 삼아 정권교체를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초유의 젊은 리더십, 수신제가의 도덕성과 준비된 경륜을 가진 대선후보 선출로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대통령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고 했지만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홍준표 "20여 가지 의혹 있는 건 유감" 尹 견제

대선후보의 덕목으로 '도덕성'과 '경륜'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X파일 논란'에 휘말린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홍 의원은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법의 상징인 검찰총장 출신이 20여 가지 본인과 가족 비리 의혹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홍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도 "나라를 통치하는 데에 검찰 수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 된다"며 윤 전 총장을 견제했다. 윤석열 X파일이 제2의 김대업 사건이라는 주장에는 "김대업이 공작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회창 전 총재의 두 아들이 병역 면제된 것도 팩트"라며 "공작적 요소가 있든 없든 간에 팩트가 맞는지, 그 팩트가 국민 감정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입당에 거리를 두고 있는 윤 전 총장을 잠재적 경쟁자로 의식하는 듯한 모양새다.

'강성 보수' 洪에 대한 기대와 우려

당 안팎에선 홍 의원의 복당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 의원이 고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지지율은 최소 5%"라며 "국민의힘을 플랫폼 삼아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품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복당은 당내 권력지형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재까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당내 주자 3명(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하태경 의원)은 2017년 탄핵사태 이후 탈당한 바른정당 출신들이다. 홍 의원은 탄핵 이후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출마했고, 낙선 이후 당대표로서 '잔류파'를 이끌었다. '보수 텃밭'이자 핵심 당원이 많은 영남권 지지세가 높은 이유다.

그의 '강성 보수' 이미지는 국민의힘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준석 대표 선출로 얻은 '쇄신' '세대교체' 이미지와 상충하는 탓이다. 윤 전 총장 등 범야권 주자에 대한 저격수 역할을 계속한다면 야권 대통합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의힘은 4·7 재·보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며 중도 확장에 성공했다"며 "강경 보수 이미지의 홍 의원에게 공간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손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