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공룡기업, 美 재생에너지 시장 판도 바꾼다

입력
2021.06.24 21:00
아마존, 친환경 발전소서 1.5 GW 전력 구매
빅테크 재생에너지 관심은 '데이터센터' 때문
WSJ "다른 기업들 재생에너지 수요 부추겨"

아마존과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 기업들이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전기 먹는 하마’인 데이터센터의 전력원으로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이 분야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이 앞다퉈 친환경 에너지 투자에 나서면서 에너지 시장 판도마저 바뀌어가는 분위기다.

23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마존과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대형 IT) 기업들은 최근 재생에너지 전력 확보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전 세계 14곳의 태양광·풍력 발전소로부터 1.5기가와트(GW) 전력을 구매하기로 했다. 앞서 아마존은 '2025년까지 기업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캐나다, 핀란드 등과 10GW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 계약도 맺은 상태다. 이번 추가 계약으로 미국 기업 중 가장 많은 청정에너지 구매업체가 되는 셈이다.

구글도 2025년까지 자사가 구입하는 재생에너지 양을 세 배로 늘린다는 방침을 정했고, 페이스북은 2018년 이후 미국·유럽에서 관련 사업자와 지속적으로 전력 계약을 맺고 있는 중이다. MS 역시 조만간 세계 최대 수준의 친환경 에너지 구매 계약을 발표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시장조사업체인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이들 4개 사가 확보한 재생에너지 전력량이 25.7GW로,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의 30% 수준에 달한다고 밝혔다.

빅테크 기업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너도나도 재생에너지 확보전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데이터센터다. 엄청난 양의 전기를 쏟아부어야 데이터센터를 돌아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0년간 클라우드 인프라 확대 등으로 효율이 높아졌음에도, 데이터 사용량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전력 확보는 더욱 절실한 문제가 됐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을 보면, 이들 기업의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력은 전 세계 사용량의 1%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페이스북의 경우, 지난해 회사 전체 전력 소모량이 2019년보다 39%나 늘었는데, 이 역시 데이터센터 운영 때문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 에너지기업 스태트크래프트의 스테판 예르그 괴벨 부사장은 “데이터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전력 소비 분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화석연료 발전을 늘려 전기를 얻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 환경오염 주범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는 탓이다. 한마디로 IT기업들이 글로벌 기후 변화 위기 대응에 발을 맞추면서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재생에너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는 얘기다.

그 결과, 빅테크 기업의 투자는 에너지업계 자금 흐름마저 바꾸게 될 전망이다. 그간 재생에너지 분야는 막대한 투자비에 비해 자금 회수 기간이 워낙 긴 탓에 은행들마저 대출을 꺼렸고, 많은 업체들은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지자 종전까진 관심이 없던 기업들마저 이제 잇따라 눈을 돌리고 있다. WSJ는 “기술회사들이 친환경 에너지 구매 장기 계약을 맺으면서 이제 시장에선 정부 보조금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의 수요가 다른 업종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경주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