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MC 육성 흐르는 '송해공원'...힐링 명소 된 농업저수지

입력
2021.06.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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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대구 송해공원
생존 유명인사 이름 딴 흔치 않은 공원
5년 전 달성군 옥연지 주변에 수변공원 조성
5년만에 60만 명 찾은 전국구 관광지 부상
코로나 시대 대구시민 숨통 틔워 준 공원

'간첩도 다 안다'고 할 정도로 유명한 ‘국민MC' 송해(94). 대구 달성군 옥포면에 그의 이름을 딴 '송해공원'이 있다. 농업용저수지와 그 주변을 꾸며 5년 전 만든 공원으로, 그 '이름값'을 하지 못하다 최근 '달구벌 핫플'로 부상했다. 대구를 휩쓸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덕분이라고 하면 송해 선생이 서운해 할지 모른다. 수면 위 초대형 보름달 모양의 등, 그를 모티브로 한 다양한 조형물과 이벤트가 사람들에게 손짓한다. 생존 유명인사의 이름은 딴, 국내서는 흔치 않은 공원이다.



'황해도 고향' 송해의 처가 마을

송해공원은 5년 전 달성군이 조성한 수변공원이다. 달성군 옥포면 기세리 ‘옥연지’와 주변 둘레길에 데크로드와 흙길, 무병장수를 보장한다는 백세교, 대형 풍차, 초대형 보름달, 물레방아, 전망대, 생태체험장, 농특산물 판매장 등 구석구석 눈길을 끄는 아이템으로 가득 차 있다. 대구시민은 물론 전국에서 찾는다. 달성군에 따르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60만 명가량 찾았고, 올해 100만명 돌파를 내다보고 있다.

19일 찾은 송해공원은 상쾌함 그 자체였다. 전날까지 내리던 비가 그친 뒤 바닥길은 촉촉했고, 피톤치드가 온몸을 감쌌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 송해 선생의 캐릭터 조형물이 반겼다. 공원 곳곳엔 그의 기운이 스며있었다.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여러 곳에서 송해 선생을 만나게 된다. 송해공원을 비롯해 사문진나루터, 비슬산, 용연사 등 달성군의 관광명소를 소개하는 송해 선생의 육성이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옥연지 한가운데에선 분수가 세찬 물길을 뿝어내고 있었다. 김상희(54·달서구)씨는 “주변에 카페도 많고, 조용히 산책할 수 있는 둘레길이 잘 돼 있어 종종 찾는다”며 “번잡한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게 되레 지친 마음을 달래기엔 그만”이라며 송해공원 예찬론을 펼쳤다.

도심서 살짝 비껴난…그래서 힐링 명소

송해공원을 대구 대표 수변공원이라고 하긴 어렵다. 수성구 수성못 수성유원지, 달서구 도원지 월광수변공원과 두류공원 내 성당못, 북구 운암지 수변공원 등 저수지가 많은 대구엔 호수공원이 많다. 그러나 송해공원은 주택가와 인접해 있거나 복판에 있는 다른 수변공원과 차별화 된다는 점에서 대구 대표 공원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심에서 차로 30분 달려야 만날 수 있다. '힐링'엔 이보다 좋은 곳이 없다. 송해 선생의 명성에다 자연미와 인공미가 조화된 둘레길등이 인기가 좋아 주말엔 전국에서 온 관광버스가 주차장을 채울 정도다.

원래 이곳은 옥포들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한국농어촌공사 소유의 농업용 저수지다. 지금도 본래 기능에 충실하고 있다. 시민휴식처는 어쩌면 덤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제21회 세종문화대상 대한민국 명인·명품·명소 대상’ 시상식에서 대한민국 명소로 지정됐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시대 한국관광공사 선정 언택트 관광지로도 선정됐다.

옥연지가 축조된 때는 1964년. 비슬산과 인근 산지에서 흘러 내려오는 기세곡천을 막아 조성된 인공 저수지다. 기세리에 있다고 해 기세못 또는 옥연지라고 불리기도 했다. 옥연지는 옥포(玉浦)의 옥(玉)과 인근 유명 사찰인 용연사(龍淵寺)의 연(淵)를 따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반세기 동안 인근 옥토의 젖줄로

새로운 관광자원 만들기에 고심하던 달성군은 2016년 옥연지 주변 4만7,300㎡ 부지에 80여억 원을 들여 옥연지 둑 높이기 사업과 함께 수변공원을 조성했다. 그 이전에도 진입로의 벚꽃길과 저수지 둘레길은 인근 주민과 등산객들에게 인기 만점인 곳이었다.

‘옥연지수변공원’으로 그쳤으면 그저 그런 수변공원을 면치 못했을 터. 달성군은 저수지 옆 동네가 처가인 송해 선생에 생각이 미쳤다. 송해공원은 그렇게 탄생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셈이다.

송해 선생은 황해도 재령 출신이다. 한국전 때 대구에서 통신병으로 복무했다. 그때 당시 만난 인연이 2018년 별세한 평생의 반려자 석옥이 여사였다. 종전 후 실향민이 된 그는 처가가 있는 달성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살아왔다고 한다. 1983년엔 송해공원 뒷산에 자신과 석 여사의 묏자리를 마련했다. 이 같은 사연을 알게 된 달성군은 그를 달성군 명예군민이자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공원에도 송해공원이란 명칭을 붙였다.

송해 선생은 대구를 찾을 때마다 “전국을 돌며 방송활동을 하면서도 기세리는 항상 내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다”며 처가 동네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또 “관광명소에 내 이름을 붙여준 것에 큰 고마움을 느낀다”고도 했다.

두 번 건너면 100세 무병장수 '백세교'

옥연지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백세교(橋)와 백세정(亭)은 송해공원 대표 '선수'다. S자 태극문양을 형상화한 백세교는 길이 392m, 너비 2.5m 규모다. 3개의 백세교가 만나는 곳엔 2층짜리 백세정이 있다. 소원을 담아 달나라 토끼에 전하는 소원 쪽지 적기를 비롯해 호수 한가운데서 주변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백세교를 한번 건너면 100세까지 살고, 두 번 건너면 100세까지 '무병' 장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올해 또 하나의 ‘인증샷’ 배경이 생겼다. 저수지 한가운데의 직경 5m짜리 '보름달'이다. 밤에 보면 연못에 보름달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보름달은 올해 2월 정월대보름 때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희망의 인공달’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송해공원 얼음 동산에는 ‘옥연지 송해 구름다리’가 아찔하게 서 있다. 겨울철엔 절벽 200m를 따라 하얀 고드름에 늘어서 절경을 연출한다. 여름에는 시원한 폭포가 된다.

송해공원 둘레길은 다른 이들과 함께 걸어도 좋지만 홀로 사색하기에도 그만이다. 3.5㎞ 한 바퀴를 걷는데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중간중간 흙길이 나오면 맨발로 걷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둘레길에는 지나려면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해서 붙은 겸손목, 연리목(상수리나무, 고욤나무)과 연리지(감태나무)도 만난다. 담소, 실소, 폭소, 박장대소 그 이름도 특이한 4개의 전망대가 걷는 재미를 더한다.

송해공원이 있는 마을 기세리는 임란 때 의병으로 활약한 충주 석씨 석언우(1576~1609) 후손이 집성촌을 이루고 살고 있는 동네다. 석언우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사당 인산당(仁山堂)이 충주 석씨 대종당(大宗堂)이다. 송해 선생의 부인인 석옥이 여사 역시 충주 석씨다.

사람들이 몰리자 유명 프랜차이즈카페 등도 잇따라 생겼다. 송해공원을 찾는 연령대가 크게 낮아진 배경이기도 하다.

송해공원 마지막 미션 '송해기념관'

달성군은 송해공원 선비문화체험관 내에 송해선생기념관을 짓기로 하고 지난 3월 기공했다. 선생이 기증한 417점의 소장품과 활동사진 135점을 비롯해 각종 의상과 장신구, 음반, 대본, 상패, 음향기기, 캠페인영상 등 500여점 등 선생의 60년 활동상을 한 눈에 보여줄 자료가 전시된다.

또 송해기념관에는 달성군이 송해 선생으로부터 기증 받은 우리나라 옛 희극계의 영상자료, 사진, 코미디 프로 방송대본, 희귀 악기를 비롯해 전국노래자랑 및 평양노래자랑 자료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자료들도 만나볼 수 있다.

김문오 달성군수는 "원조 국민MC 송해 선생이 전하고자 한 웃음의 메시지가 국민에게 잘 전달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대구= 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