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30%는 계속 주52시간 예외"… '근로복지 사각지대' 5인 미만 사업장도 살펴야

입력
2021.06.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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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적용범위, '5인 이상 사업장'으로 규정 
5인 미만 사업장, 초과노동시간과 산재 등 사각지대 
직장 내 갑질도 가장 심해...근로기준법 개정돼야

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의 적용 범위가 형식상 '전체 기업'으로 확대되지만, '5인 미만 영세기업'은 계속 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정부가 "영세 사업장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이들 기업에는 각종 노동 관련 제도 적용을 예외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근로자의 30%에 달하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복지를 보장할 과제도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겨진 숙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 수는 약 350만 명으로 추정된다. 근로자 10명 중 3명꼴이다. 사업장 수로 따지만 전체 사업장의 65%나 된다.

하지만 이들은 각종 노동 관련 기본법에서조차 예외 집단이다. 근로기준법(11조 ‘적용범위’)도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부 내용만 적용'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연차 휴가 △연장ㆍ휴일ㆍ야간 가산수당 적용 △부당해고 및 부당해고 구제 신청 등의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물론, 지난달 제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에서도 배제됐다.

5인 미만 사업장은 2019년 제정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되지 않기에 상사가 갑질을 해도 신고조차 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연차, 야근수당은 고사하고 그만두라고 하면 별다른 반항도 못해 보고 해고되는 게 5인 미만 사업장”이라며 “주위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가지 말라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정치권에서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수정 법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올해 초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공동 발의한 법안엔 근로기준법 11조의 적용범위를 ‘모든 사업장’으로 수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소상공인의 피해가 커지는 점이 감안돼 여야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조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간사는 “5인 미만 사업장은 노동시간 초과와 부당해고, 산업재해, 직장 내 괴롭힘 등 모든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코로나19를 이유로 근로기준법 개정을 계속 미룰 순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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