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진화 작업이 엿새 만인 22일 오후 4시 12분쯤 완진됐다. 경찰은 연기와 열기, 건물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 결과가 나오는대로 합동 감식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내주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이천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발생한 화재가 이날 오후 완진됨에 따라 경기남부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합동 감식에 들어간다. 다만 잔불 정리 이후에도 연기와 가스 등이 건물에 남아 있어 경찰 등과의 합동 감식은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전날 실시한 2차 정밀진단 결과, 합동 감식 때 사용될 중장비를 투입할 경우 붕괴 우려가 있다는 소견이 나와 소방당국과 경찰은 감식 일정을 조율 중이다.
경찰은 감식과 별개로 발화지점, 대피지연 및 스프링클러 오작동 등 일부 직원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천경찰서 형사과와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등 25명으로 구성된 수사 전담팀은 화재 직후 물류센터 지하 2층 폐쇄회로(CC)TV를 확보, 분석하고 있다.
CCTV에는 창고 내 진열대 3층 선반 위에 달린 선풍기와 연결된 전선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다가 불이 나기 시작했고, 불꽃이 밑으로 떨어지며 택배 물품 등에 옮겨 붙는 장면이 담겼다. 경찰은 선반 위쪽으로 선풍기를 꽂기 위한 전선이 여러 개 지나는데, 이 중 한 곳에서 불꽃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의 한 근무자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오전 5시 10분쯤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평소 잦은 경보 오작동 때문에 계속 일했고 5시 26분쯤 1층 입구로 향하는 길에 연기를 보고 보안 요원에게 불이 났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묵살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엄태준 경기 이천시장은 이날 화재 사고와 관련한 브리핑을 열고 “사고 원인자인 쿠팡 측은 이천시민의 피해를 최대한 신속히 보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화재로 인해 시민들의 호흡곤란, 물고기 떼죽음 및 토양오염 등 환경피해, 농작물과 차량, 양봉장의 분진 등 화재 사고 피해가 광범위하고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마장면 덕평1리 등 인근 마을 주민 수십 명은 두통과 눈 따가움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까지 이천시에 접수된 피해는 30여 건에 달한다. 엄 시장은 “이천시는 쿠팡에서 피해 보상에 대한 노력이 미흡하거나 부족할 경우, 시민들의 공익소송까지 지원할 것”이라며 “쿠팡은 피해 보상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도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시장은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 법률적으로 보상 기준을 마련해 기업에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기초지자체에 관리·감독 권한 부여, 현장 관리자의 촘촘한 배치, 소방차의 원활한 진입을 위한 외곽도로 개설 의무화 등을 추진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