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백신을 맞기 어려운 이유... 택배기사들의 하소연

입력
2021.06.23 04:30

"여기저기 많이 이동하면서 불특정 다수와 계속 접촉하면서 일을 해야 하다보니 고객들 걱정이 더 커요. 하지만 경제적 부담이 크니, 백신을 준다 해도 주춤할 수밖에요."

22일 한 택배기사의 하소연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비대면 일상이 지속되면서 택배업무는 폭증했다. 정부가 택배기사들을 백신 우선접종대상자에 포함시키려 한 이유다. 하지만 정작 택배기사 본인들은 "백신을 준다 해도 맞을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택배기사의 역할이 정말 그리 중요하다고 본다면, 백신휴가 도입을 강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택배기사들은 백신휴가제가 공식 도입되지 않다보니, 유급휴가 지원을 받아낼 수 없을뿐더러, 하루 일을 쉬면 물품을 위탁하는데 드는 비용 수십만 원을 물어내야 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조(택배노조)에 따르면 택배기사들은 다른 직종과 달리 휴업하는 날은 배달이 밀리지 않도록 '용차'를 써야 한다. 이 용차 비용은 택배기사 개인의 몫이다.

건당 택배기사가 받는 물품 배송 수수료가 800원이라면 용차를 했을 경우 건당 1,500원을 지불해야 하고, 이 차액 700원이 용차 비용이 된다. 하루 배달 물량이 200건이라면, 하루 쉬면 일단 수입이 0원이 되지만, 거기다 용차비로 14만 원 정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백신 접종 당일, 그리고 그다음 날 이틀 정도 쉰다면 28만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택배사, 그리고 택배대리점 측은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배달앱 회사들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 17일 배달대행업체 바로고는 백신휴가지원금 5만 원을 가상화폐 형태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 또한 이날부터 백신 휴식 지원비를 10만 원씩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코로나 위험수당이나 휴식 지원비도 좋지만, 그보다는 용차비를 부담하지 않는 백신휴가제 도입이 더 절실하다"며 "고객들 불안을 없애는 차원에서라도 배달기사들도 빨리 백신을 맞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