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에서 신으로 여겨지는 코끼리의 횡포 탓에 인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언젠가부터 코끼리에 치여 목숨을 잃는 사람이 매년 500명 안팎이다. 왜일까. 신의 단죄일까.
2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코끼리와의 충돌로 사망하는 사람이 해마다 500명가량에 이른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5~18년 4년간 1,700명 넘는 사람이 야생 코끼리와의 접촉 사고로 숨졌다. 전 세계 코끼리 관련 사망 사고의 70~80%가 집중된 나라가 인도다.
이는 인도에 사는 코끼리(약 3만 마리)가 워낙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도시 개발의 영향도 크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구가 코끼리 보호구역을 침범하기에 이르렀고, 구역 밖으로 밀려나 야생 서식지를 잃고 굶주린 코끼리가 먹이를 찾기 위해 마을까지 내려와 사람을 공격하게 된 것이다. 사망 사고의 대부분은 코끼리를 내쫓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물론 코끼리만 사람을 죽이는 건 아니다. 인간 활동으로 매년 코끼리 80~100마리가 죽는다는 통계도 있다. 재산 피해를 입은 사람의 보복이나 열차 충돌 등이 원인이다. 그러나 전체 인구의 약 80%가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들은 코끼리를 신(가네쉬)으로 섬기는 힌두교 전통 때문에 코끼리를 상대로 총으로 쏘거나 하는 적극적 공격을 자제하는 편이다.
서식지가 적은 건 아니다. 국립공원이 100여 곳, 보호구역이 30여 곳이다. 그러나 모자라다. 상당수 코끼리들이 구역 밖에 살고 있고, 이들은 관리가 안 된다. 인도 야생동물재단(WTI)의 티와리 박사는 “코끼리로 인해 인도 전역에서 약 50만 가구가 피해를 보고 있다. (코끼리가) 농작물을 망가뜨리거나 야간에 민가를 공격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최근에도 15일 현지 매체인 DNA인디아가 동부 서벵골주(州) 잘파이구리 지역의 야생 코끼리 한 마리가 차 농장에 침입해 나무와 민가를 파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뾰족한 방법이 없다. 코끼리의 침입을 막으려 농부들이 빛과 소음을 이용해 코끼리에게 겁을 주곤 하지만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고 한다. 고추, 레몬, 생강처럼 코끼리가 싫어하는 작물을 심거나 참호를 파고, 사람들에게 위험 상황을 알리는 경보 시스템을 설치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오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
결국 공생은 원래대로 코끼리 서식지를 사람 거주지와 나눠 놔야 가능하다. 산림과 코끼리 이동통로(기존 서식지에서 대안 서식지로 곧바로 넘어갈 수 있게 이들을 연결하는 길)를 복구하는 식으로 코끼리를 보호하는 방법을 찾는 게 코끼리의 마을 침입을 차단하고 나아가 공존하는 바람직한 길이라는 게 전문가들 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