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유력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관한 의혹이 담겼다고 알려진 이른바 '윤석열 X파일'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동시에 해당 문건을 입수했다고 밝힌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이 누구인지, 야권 성향으로 알려진 그가 왜 윤 전 총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는지, 의문도 증폭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야권 내부에서는 그의 폭로를 '정치 공작'으로 규정하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장 소장 본인은 "야권의 리스크매니지먼트(위험 관리)를 위해 밝혀야겠다는 의도였다"며 섭섭함과 불쾌함을 표현하고 있다.
장 소장은 1996년 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공채를 통해 입문해 25년 동안 정치권에 몸담았다. 2000년 이부영 한나라당 의원실 비서관을 거쳐,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공보팀장을 지냈다.
이후 김무성 전 의원이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지낼 때 모두 보좌관을 지내다 2018년 3월 의원실을 떠나 정치평론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장 소장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윤석열 X파일'을 입수했다. 이런 의혹을 받는 분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일은 무척 힘들겠다는 게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밝히며 처음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장 소장은 논란이 가열되자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글을 올리게 된 취지를 해명하고 나섰다.
21일 고정 패널로 출연하고 있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윤 전 총장 측의 전력과 대응 방식을 보면 방어가 힘들 것 같으니 입수해서 잘 준비하고 대응을 잘하라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X파일을 입수했다고 밝혔을 때)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이 와서 달라고 하면 이 문서를 주고 나는 파기하겠다'고 얘기했다. 공작을 하려고 했으면 그런 얘기를 왜 썼겠냐"고 덧붙였다.
그는 "'윤 전 총장은 대권 주자로서 안 돼'라는 식(의도)으로 올렸다면 내용을 다 공개했을 것"이라며 "오해를 받고 있어서 상당히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나는 윤 전 총장이 잘 준비하고 대응해서 정권 교체의 선봉장으로 섰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소장은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국민의힘에 문건을 전달하려고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19일 이준석 당대표에게 문건을 전달하기 위해 전화했으나 안 받았고 콜백도 안 왔다. 그래서 그날 페이스북으로 밝혔다"고 했다.
그는 "다음 날 국민의힘 최고위원 중 한 명이 그것을 달라고 했다가 갑자기 '안 받겠다. 주지 말아라. 괜히 내가 오해받는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며 "(이런 정황에도) 잘 모르는 분들이 저에 대한 어떤 감정을 갖고 공격하는 건 옳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22일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해당 최고위원이 김재원 의원이라고 밝히며, "김 의원이 내게 '야권에 수류탄을 던졌다'고 (공격)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이 윤 전 총장을 돕고 있지 않을까, 그러니 그에게 흠집 날 수 있는 일이 벌어졌으니 공격한 게 아닐까 추측한다"고 덧붙였다.
장 소장은 파장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그는 "이름 없는 일개 정치평론가 페이스북을 보고 누가 기사를 쓸 줄 알았겠나"라며 진행자를 향해 "내 이름을 알았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진행자가 '대통령 후보의 공보도 했고 당대표의 보좌관도 했는데 공개해도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는 게 납득이 안 된다'고 하자, 그는 "지금껏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많이 썼는데 한 번도 기사화된 적이 없다. X파일의 내용을 쓴 것도 아니다"라며 논란을 예상 못 했다고 했다.
그는 또 "최재형 감사원장 출마 문제와 윤 전 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의 사퇴가 섞이다 보니, 유능한 정치분석가들이 소설 쓰기 좋은 현상이 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 소장이 지금까지 밝힌 언론 인터뷰 내용을 종합하면 그가 입수한 윤 전 총장 관련 문건은 2가지로 총 20개의 의혹이 정리돼 있다. 하나는 4월 말, 또 다른 하나는 6월 초에 작성됐다. 장 소장은 "4월 문건은 특정 기관에서 작성한 것이고, 6월 문건은 여권에서 작성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했다.
장 소장에 따르면, 4월 문건은 윤 전 총장의 A부터 Z까지 총정리한 문건이다. 좌우명, 어디서 태어났고, 어디서 근무했고, 배우자와 장모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의혹이 있는지 정리돼 있다고 한다.
6월 문건은 세 개의 챕터로 나뉘어 윤 전 총장 본인, 배우자, 장모에 관한 의혹을 각각 정리하고 있다. 장 소장은 여기에 '정치적으로 공격할 거리다' '이 의혹은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는 등의 주석이 달려 있다며 "6월 문건이 향후 문제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이 문건들은 "혼자 작성하기 힘든 문건"이라며 "대선 때마다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만드는 검증 자료가 조금씩 흘러나온 것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 경찰, 검찰이 동원돼서 만든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다만, 21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계좌에 돈이 얼마 들어가 있다'는 것도 의혹들 중 하나로 돼 있다"며 "다른 쪽에서 개입한 부분이 있다고 추측한다"고 밝혔다. '뉴스공장'에서는 이에 대해 "최소한 기관 정보를 가져올 수 있는 누군가가 개입돼 있다고 추측한다"고 풀어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