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던 86세대 대표 주자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이 21일 대선 불출마를 시사했다. 앞서 2019년 21대 총선, 2012년 19대 총선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 불출마다.
임 이사장은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다시 시작하는 남북합의 이행'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이 때가 되면 나서는 것이고 때가 아니면 기다리는 것"이라며 "때가 안 올 것 같으면 후배들을 위해 밭을 가는 게 아니겠냐"라고 밝혔다. 사실상 차기 대선 불출마 입장을 나타낸 셈이다.
그는 이어 "나는 예정한 대로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내게는 남북 평화와 번영이라는 문제가 숙명 같은 문제이기도 하다. 미래에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이사장은 올해 초부터 측근들을 통해 '대선 출마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그는 여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을 잇따라 비판하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추모 글을 올리며 여권 지지층을 겨냥한 메시지를 내 왔다. 이랬던 임 이사장이 불과 한두 달 사이에 불출마로 방향을 튼 것이다.
임 이사장이 주요 선거에서 불출마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선거 때마다 직접 선거를 뛰며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매번 정반대의 선택을 해 왔다.
임 이사장은 2019년 11월 17일 21대 총선 불출마와 정계 은퇴를 시사했다. 총선을 앞두고 당내 쇄신론이 불거지며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이 압박을 받았다. 86그룹의 대표 주자 중 한 사람인 임 이사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큰 관심사였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첫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아 2019년 1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청와대를 이끌었고, 비서실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아랍에미리트 특임 외교 특별보좌관,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맡았다.
그런 임 이사장은 당시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지역구였던 서울 종로 출마를 고심해 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가 종로로 이사한 것을 두고 그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하지만 임 이사장은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며 "앞으로의 시간은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0 중반의 나이에 새 도전을 한다는 게 두렵기도 하다. 잘한 결정인지 걱정도 된다"며 "제 인생에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나누고 싶다"고 적었다.
임 이사장은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한때 선거 전략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총선 출마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자신을 둘러싼 잡음이 불거지며 여론이 악화하자 결국 불출마로 선회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민주통합당 대표가 되며 지휘봉을 잡게 되자 임 이사장을 사무총장에 발탁됐다. 임 이사장은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한 전 총리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그러나 임 이사장은 당시 저축은행 비리 사건 연루 의혹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총선 공천으로 불거진 당내 계파 갈등의 불똥이 유죄로 발목 잡힌 임 이사장에게 튀었다.
그러자 그는 사무총장을 맡은 지 한 달 반 만에 자진 사퇴했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임 이사장은 법정 공방 끝에 2014년이 돼서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00년대 운동권 간판이었던 임 이사장은 당시 젊은 피 수혈론을 내세운 김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민주당에 입당했고, 만 34세 나이로 16대 국회의원이 됐다. 당시 최연소 국회의원이란 기록도 세웠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서울 성동을 지역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