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소방관 순직, 언제까지 눈물만 흘릴 건가

입력
2021.06.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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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소방대원이 스러졌다. 김동식 경기 광주소방서 구조대장은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첫날인 17일 조난자 수색에 투입됐다. 동료 소방관 4명과 함께 지하 2층을 수색하던 중 불길이 다시 치솟아 구조 팀마저 위험에 처했다.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했던 김 대장은 맨 뒤에서 모든 동료의 탈출을 도왔으나 마지막 순간 자신은 나오지 못했다. 결국 실종 47시간 만에 그는 안타까운 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김 대장을 목숨을 담보로 동료 안전을 지켜낸 의인으로 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의 희생은 이에 머물지 않고 안전한 나라를 위한 또 하나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화재 안전대응 지침과 수색 매뉴얼 점검도 필요하나 소방관의 처우와 안전한 환경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연간 400만 건에 달하는 화재, 구조 출동을 소화하는 소방관들은 위험에 상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소방관 절반 이상이 신체건강 이상으로 치료 관리가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2015~2019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소방관은 56명으로 같은 기간 순직한 23명보다도 많았다.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 이후 열악한 처우가 수치상 개선되고 있지만 이들이 편하게 치료받을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소방관 임무가 국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면 소방관 안전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소방관들이 목숨을 걸고 화재를 진압하던 시간에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사과 한마디 없이 사퇴한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법적 책임 회피용이란 여론의 비난과 ‘쿠팡 탈퇴’가 확산되는 게 무리가 아니다. 쿠팡은 화재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부터 마련하는 게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