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겨울, 경기 부천시 남부수자원생태공원을 떠돌며 사는 엄마개와 갓 태어난 강아지 가족이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해 11월 말 엄마개가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고, 당시 3개월령이던 강아지는 지방자치단체 보호소로 들어오게 됐는데요.
보호소 관계자들은 엄마개를 잃은 강아지를 바로 안락사시킬 수 없어 공고기한인 열흘을 넘겨 2개월 동안 입양자를 찾았습니다. 2개월 만에 강아지를 입양하겠다는 가족이 나타났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하루 만에 파양됐고 보호소는 더 이상 돌볼 수 없어 안락사 명단에 올릴 수밖에 없었는데요.
사정을 들은 동물보호단체 팅커벨프로젝트가 2015년 2월 강아지를 구조해 데리고 나오면서 강아지는 가까스로 안락사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활동가들은 흑갈색 털의 강아지에게 '쿠쿠'(7세·암컷)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죠.
쿠쿠는 다행히 떠돌이 생활이 길지 않았고, 비록 보호소이지만 사람들과 지낸 영향으로 사람을 잘 따랐습니다. 목욕도 얌전히 잘 하고 다른 개 언니, 오빠들과도 잘 지냈는데요. 덩치가 커지면서 소형견들이 모여 있는 팅커벨 입양센터에서는 지낼 수 없어 협력 위탁 시설로 이동했습니다. 이후 그곳에서만 산 지 6년이 넘었는데요.
쿠쿠와 같은 믹스견에 대한 입양 선호도는 낮습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등록된 유실·유기 동물 공고 57만324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자체 보호소에 들어오는 유실∙유기동물 가운데 비품종견(믹스견) 개체 수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품종견보다 자연사, 안락사 비율이 높고 입양률은 낮았지요. (▶관련 기사 보기: 믹스견은 보호소에서도 괄시받는다)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는 "쿠쿠에 대해 입양 상담이 들어오긴 했지만 줄에 묶어 놓고 밥만 주고 키우겠다는 분들이어서 입양을 보내지 못했다"라며 "성격이 순하고 사람을 좋아하는데 아직도 입양 가족을 찾아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너무 크다"고 말합니다.
믹스견이라고 해서 마당에서 묶어서 키워도 되는 건 아닙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다른 개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준비된 반려견 쿠쿠가 올해는 보호소가 아닌 한 가족의 일원으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입양문의: 팅커벨프로젝트 hdyc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