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철거건물 현장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의 권순호 대표이사가 17명의 사상자를 낸 참사가 발생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불법 재하도급 계약에 따른 부실공사와 안전관리 소홀이 참사 원인으로 꼽히지만, 권 대표는 현장에서 재하도급이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 "몰랐다"고 했다.
권 대표는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건설 현장에 재하도급에 재재하도급, 재재재하도급이 적용돼 적폐라는 건 온 세상이 다 아는 일인데 그걸 몰랐다는 얘기냐"고 따져 묻자, 권 대표는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참사 직후 재하도급 의혹이 제기됐을 때 "철거 현장의 한솔기업 계약 외에는 재하도급을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현대산업개발로부터 하청을 받은 한솔기업이 백솔에 재하청을 준 사실이 드러났다.
심 의원은 "몰랐다고 해서 면죄부가 될 일이 아니다"면서 "원청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책임지실 거냐"고 다시 물었다. 권 대표는 "사고 원인이 밝혀지면 그 부분에 따라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심 의원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이번 사고가 우연인가 필연인가. 버스기사가 본능적으로 액셀을 밟았으면 사고가 안 났느냐"고 물었다. "운전자의 본능적 감각으로 뭐가 무너지면 액셀러레이터만 조금 밟았더라도 사실 살아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7일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노 장관은 "질문의 의도가 짐작이 된다"면서 고개를 숙인 채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심 의원은 "감리가 현장에서 제 역할만 했다면, 원청이 재재하청을 하지 않았다면, 광주 동구청이 엉터리 해체만 하지 않았다면, 국토부가 오래된 적폐인 이 다단계 하청을 뿌리 뽑는 데 앞장섰다면 광주 참사가 있었겠느냐"고 지적했다. 노 장관은 "저도 같은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면서 "경찰 수사를 통해 불법행위가 밝혀지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