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대책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입력
2021.06.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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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LH 혁신 방안이 발표되었으나 조직개편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앞으로 이루어질 조직개편에 대해 도시계획 전문가로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 몇 마디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도시는 기본적으로 사유화할 수 없는 공적 가치를 지닌다. 이것 때문에 공공부문이 신도시개발을 주도하는 것이다. 이번 LH 사태는 개발의 공공성이 아니라 개발과정의 투명성 문제에 기인한 것이다.

LH 조직개편 이전에 명확한 원인파악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개편의 올바른 방향과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민해야 한다.

첫째, 공공성과 투명성은 대체가 아니라 공존의 관계라는 것이다. 이번 사태처럼 투명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도시개발의 공공성까지 부정해선 안 된다. 이는 LH 대책이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함을 의미한다.

둘째, 공간영역에 따른 공공성을 생각해야 한다. 국토차원과 도시차원에서의 공공성은 서로 다를 수 있다. 도시차원에서의 최선이 국토차원에서는 아닐 수 있는 것이다. LH 사업 대부분은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만일 LH가 해체수준으로 개편되면 국토차원의 사업들은 어떤 기관에서 담당할 수 있을지, 그것이 문제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안인지 고민해야 한다.

셋째, LH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의 계속성이다. 즉, 도시재생사업, 도시개발사업, 공공임대사업 등이 지속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LH가 해체된다면 이러한 사업들의 추진동력은 약화되고 표류할 것이 불가피해진다. 이에 따른 혼란 비용은 누가 지불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축적된 LH의 경험과 기술이다. 다양한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축적된 기술은 분명 LH의 귀한 무형자산이다. 지금도 한국의 도시개발을 배우고자 공무원과 학생들이 해외에서 온다. 이는 우리의 도시개발 수준이 세계 정상급임을 가리킨다. 이러한 기술들을 집약해 국가의 전략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보이지 않는 가치라고 해서 그 가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LH 대책은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LH 사태를 묵과하고 그냥 넘어가자는 뜻이 아니다. 의미 있는 대책 수립을 위해 원인 파악과 대책의 파급효과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논의기구를 만들어 다양한 대안을 검토해 최선의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분노한 민심과 여론 때문에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신중한 접근과 지혜로운 판단을 기대한다.




김홍배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