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 검사 비용이 10만 원 정도이고 출입국 때 2~3번 검사를 받는다고만 가정해도, 4인 가족 기준 100만 원 안팎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와요. 사람들이 이 추가 비용을 내고도 해외여행을 갈까, 요즘 최대 고민은 그겁니다."
17일 한 여행사 상품개발자가 내놓은 하소연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정부는 접종 유인책으로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ㆍ여행안전권역)’을 내세웠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에 한해 상대가 방역 신뢰 국가이고 국적기로만 오갈 경우에 한해 자가격리를 면제해준다는 개념이다. 일단 단체여행객에서 시작해 차츰 대상을 확대한다는 복안도 있다.
여행 편의성이 대폭 개선된다는 점에서 모두를 솔깃하게 만든 아이디어다. 하지만 한 가지가 빠졌다. 자가격리를 안 한다 해도 선별검사는 받아야 하고, 이 비용은 공무상 입출국이 아니기에 여행객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실제 정부는 최근 관광 목적으로 해외를 오갈 경우 입국 시 코로나19 선별검사 비용을 개인이 부담케 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공무 수행, 업무상 필요에 의해 필수적으로 해외를 나가는 경우 선별검사 비용을 개인이 내지 않도록 했지만, 사적 여행은 그와 무관한 것이기에 검사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 트래블 버블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고 방역상황이 안정적인 미국령 괌·사이판, 싱가포르 등이나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국빈 방문한 스페인과 트래블 버블을 추진해 본다더라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다음 달부터 예방접종 완료자에 대한 격리면제 조치를 제한적으로 시행한다. 학술적·공익적·인도적 차원의 방문, 혹은 직계가족을 만나기 위한 방문의 경우, 백신 접종 완료자는 입국 당일, 그리고 6ㆍ7일차, 두 번 선별검사를 받는 조건으로 격리를 면제하는 원칙을 세웠다.
이를 감안하면 트래블 버블의 경우도 관광지 입국 시 한 번, 국내 입국 시 한 번 두 차례는 기본적으로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 또한 여행기간, 경유국가, 해당 국가의 규정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지금 선별 검사 비용이 10만 원대라는 점에서 최소 20만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셈이다.
정부의 '검사비 개인 부담' 원칙이 알려지면서, 모처럼 활기를 띠던 여행업계엔 수심이 가득하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해외여행객 1인의 평균 지출액이 100만~150만 원인데 선별검사비로만 수십만 원을 더 내는 건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트래블 버블이 본격화하더라도 코로나19 시대에 맞춘 해외여행상품은 결국 내년 설쯤에나 선보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결국 나라별 선별검사 기준이 일정 정도 나와야 그 상황에 맞춰 여행상품을 만들 수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가 예상되는 내년 설을 겨냥해 여행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