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페인 경제협력위원장 자격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스페인 국빈 방문에 동행한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기업인 사절단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15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에서 열린 펠리페 6세 국왕 내외 주최 국빈 만찬 사진과 함께 이같이 올렸다.
그는 "스페인 국왕 초청으로 왕궁에서 하는 만찬에 참여하는 것이 오늘로 네 번째고 첫 번째가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했으니 거의 20년 전"이라며 "오늘 만찬에는 스페인 주요 기업 회장들이 많이 참석했는데, 스페인 기업인들이 우리 대통령을 둘러싸고 계속 이야기를 해 오후 10시 30분이 넘어 겨우 끝이 났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나도 20년간 대통령, 사절단과 함께 참 많은 나라를 다녔다. 그래도 보람이 있어 늘 기운차게 다녔다"며 기업인 사절단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이렇게 힘들게 다니는데 괜히 기업인들 끌고 다니는 것처럼 폄하할 때는 마음이 늘 답답하다"며 "내가 같이 한 역대 정부 모두가 그렇게 해서 오늘을 만든 것이고, 역대 정부 모두 그때마다 같은 비아냥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유럽 국가들처럼 관광 자원이 많지도 않고 천연자원도 빈약한 우리나라다. 미국, 중국처럼 광활한 국토에 많은 인구가 있어 내수시장으로 경제가 든든하지도 않다"며 "그러니 어느 대통령이든 사절단과 함께 팀으로 다니며 세일즈에 전력을 다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우리의 처지"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일부가 기업인 사절단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이렇게 순방을 통한 비즈니스 외교에 대통령과 같이 나서면, 내가 지지를 하든 안 하든 정치 철학이 나와 같든 다르든 중요하지 않다"며 "민주주의 헌법 절차에 따라 국민 다수의 결정에 의해 선택된 대통령은 그 존재 자체로 성숙한 민주국가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나도 늘 역대 대통령들을 모시고 다니며 당당했고 최선을 다해 도우려 애썼다"며 "그것이 민주주의 선진국 국민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우는 길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이번 방문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뜻깊은 일정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의 왕궁도 네 분의 대통령과 같이 왔던 곳"이라며 "어마어마한 규모와 오랜 역사가 보존돼 압도하는 궁이지만, 반세기 조금 넘는 시간에 번영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룬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오늘도 당당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글을 마무리하면서 "그렇게 끝이 나고 나는 잠자리를 향해 오는데 대통령과 수행원은 내일의 총리 회담을 위한 마지막 점검을 해야 한다. 내가 고단한 것조차 미안해진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