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코스피가 3,270선을 뚫으며 사상 최고치 역사를 새로 썼다. 사흘 연속 최고가를 쓴 코스피는 장중 한때 3,280선을 웃돌며 5개월 만에 장중 최고치까지 갈아치웠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3,000선을 돌파하며 당시 기준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1월과는 달리 차분하다. 삼성전자 등 대형주의 부진으로 증시를 끌어올리는 주도 주가 없는 상황에서, 거래 대금까지 덩달아 줄어드니 최고점 경신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62% 오른 3,278.68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3,281.96까지 터치하며 1월 11일 세운 장중 최고치 기록(3,266.23)도 갈아치웠다. 지난 14일 이후 3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한 외국인(2,340억 원)과 기관(446억 원)이 지수를 밀어 올린 반면, 개인은 2,830억 원어치를 내다 팔며 차익실현에 나섰다.
견고한 미국 실물 경제지표가 국내 기업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코스피를 밀어 올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15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미국의 5월 산업생산이 예상치(0.6%)를 넘어 전월보다 0.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제조업 경기 확대에 따른 한국 수출과 기업이익의 수혜 예상이 투자 심리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 기대를 반영한 은행주가 강세를 보였다. 특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주 전반의 오름세가 뚜렷했다. KB금융(1.79%)과 신한지주(1.94%), 하나금융지주(2.79%), 우리금융지주(3.93%) 등 4대 금융지주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백신 접종 가속화에 따라 경기 회복 기대감을 타고 LG생활건강(6.69%) 등 소비주도 강세였다.
다만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데도 시장 전반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주가가 3,000선을 웃돌며 코스피 새 역사를 썼던 1월과는 분명 온도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주가를 끌어올리는 주도주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등 대형주의 부진과 거래대금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들의 주가는 올해 고점 대비 10% 이상씩 빠져 있다. 1월 40조 원을 웃돌던 하루 평균 거래대금(코스피, 코스닥 포함) 역시 이날 기준 약 24조 원대로 줄어든 상태다. 성적만 놓고 보면 상위권을 달리고 있지만, 성적을 더 큰 폭으로 밀어 올릴 동력 자체는 과거보다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뚜렷한 주도 업종 및 테마가 좀처럼 등장하지 않은 가운데 순환매 역시 불특정한 패턴으로 발생하고 있는 영향"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