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과 가족 돌봄자부터 백신접종을

입력
2021.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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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소자와 종사자를 시작으로 의료기관 종사자, 고령층, 돌봄 종사자, 군인 등 코로나19 취약집단과 사회 필수 인력을 중심으로 접종해왔다. 접종률이 국민의 25%를 넘어서는 지금, 백신 접종자는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족과 지인들을 보다 자유롭게 만날 수 있고, 영화관‧공연장 할인, 시설 이용 등 각종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게 되자, 하루라고 빨리 백신을 접종해 일상을 회복하고자 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

국민은 접종 순서가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정부는 누구에게 먼저 접종해야 하는지 고민인 가운데, 일단 7월 중에는 교직원과 보육시설 종사자, 고3 학생과 수험생, 50대, 30세 미만 군인과 의료진 등에 대한 접종이 계획돼 있다. 이후 접종 계획을 세울 때는, 장기화된 코로나19 상황에서 삶이 버거워진 장애인, 특히 발달장애인과 가족 돌봄자, 1인 독거 어르신을 돌보는 인력 등에 대한 우선 접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역사회 돌봄과 복지기관들이 문을 닫거나 활동이 제한되면서, 그동안 가족과 사회가 분담했던 발달장애인의 돌봄은 오롯이 가족의 몫이 되었다. 또한 발달장애인들이 잡에만 머물면서 수면과 식사 등 일상생활에 균열이 가고, 에너지 발산과 조절이 더 힘들어지고, 조금씩 나아지던 사회적응과 자립 능력이 무너져 내리는 것도 경험했을 것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인한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는 무게를 견디다 못해 어머니와 자녀가 생을 마감하거나, 자녀를 홀로 두고 어머니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이들을 지원하는 여러 복지정책도 필요하지만 이들이 더 무너지기 전에 발달장애인과 가족 돌봄자에 대한 우선 백신 접종으로 다시 일상을 찾을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고령가구의 34%가 1인 가구이다. 전체 어르신 813만 명 중 약 159만여 가구, 즉 159만여 명의 어르신이 홀로 살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 어르신들은 지역의 사회복지관에 가서 무료식사를 하고 어르신들끼리 어울리며 여러 활동을 했겠지만 코로나는 이 모두를 중단, 축소시켰다.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결식 어르신이 늘고, 집으로 도시락 배달을 해도 현관 앞에 두고 올 뿐 방역 때문에 어르신들과 대면하며 얘기하기도 쉽지 않다. 노인돌봄인력인 요양보호사의 백신 접종 외에도, 1인 가구 어르신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직접 방문하여 말벗도 해 드리며 생활을 살피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관의 노인업무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우선 접종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사가 유일한 사회적관계망인 경우도 있는데, 어르신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돌봐야 한다. 노인의 4고(苦) 중 하나인 외로움은 우울증의 원인이며,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실을 생각하는 이유 4위이기도 하였다.

코로나19가 각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평등하지 않다. 누구에게는 가혹하여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한다. 백신접종의 우선순위를 고민하고 있다면, 1년 반 동안의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한계점에 위태롭게 서 있는 국민들, 백신 접종으로 일상의 회복이 빨라지면 그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국민들과 그들을 돌봐주는 인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