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깐다" 윤석열부터 이재명까지 선두 때리기 나선 후발주자들

입력
2021.06.16 16:00
대선 출마 테이프 끊은 박용진, 하태경, 이광재 등 
윤석열·이재명에 대립각 세우며 '체급' 높이기 전략
50대 '젊치인' 이미지 각인 위해 소신 행보 부각

여야에서 일찌감치 대선 출마 선언 테이프를 끊은 박용진(50)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53) 국민의힘 의원, 이광재(56) 민주당 의원이 레이스 초반부터 ‘1등 후보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권, 야권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저격수'를 자임하며 존재감을 부각, 본인들의 정치적 체급을 올리려는 전략이다.

세 사람의 '독설'은 한솥밥을 먹는 후보에게 더 독하게 꽂히고 있다. 이들 모두 '50대 정치인'이란 점에서 거침없는 소신 행보로, '젊치인'(젊은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주며 세대교체 바람에 올라타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박용진 "이재명 대세론은 '안방대세론'" 직격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박용진 의원의 '입'엔 가속도가 붙었다.

박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세론은 안방 대세론"이라고 일격을 가하며 "치열하고 센 경선으로 붙어보자"고 도전장을 던졌다.

민주당 친문 진영에서 불거진 경선 연기 주장을 비판하며 나온 발언인데, 이 지사의 지지율이 10개월째 20%대 박스권에 갇혀 있는 점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윤 전 총장의 대권 행보가 가시화된 이후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오른 반면 이 지사의 지지율은 정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박 의원은 "이재명 대세론은 '안방대세론'"이라며 "치열한 당내 경선을 통해 엎치락뒤치락하는 대역전극이 벌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대선 출마 선언 직후 이 지사의 정책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정책 검증'에도 나서고 있다.

이 지사의 대표 브랜드인 '기본소득'에 대해선 ▲재원 마련의 비현실성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위험천만한 이야기"라고 비판했고, '기본주택' 정책에 대해서도 "모델하우스를 지어서 홍보만 할 뿐 실체가 모호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 밖에도 개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이 지사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입장을 바꾸고 있다. 이때 다르고, 저때 다른 태도를 보여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고 별렀다.

박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선 "저한테 한 시간만 준다면, 윤석열 전 총장의 밑천도 다 드러나게 해 드리고, 이재명 지사 관련해서도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윤 전 총장과 이 지사를 나란히 정조준했다.

하태경 "모호한 화법의 윤석열, 안철수 전철 밟지 않기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대선 출마 직후 타깃으로 잡은 건 대선주자 지지율 1위 후보인 윤석열 전 총장이었다.

하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비교하며 "안철수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 의원은 윤 전 총장의 모호한 화법부터 문제 삼았다. "윤 전 총장의 화법이 뚜렷하지 않고 추상적인 비유가 있다 보니, 국민이 잘 못 알아듣게 말씀을 한다", "화법이 모호하고 너무 자신감이 없다"는 것.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을 안 대표와 비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사실은 윤석열 1기"라면서다.

하 의원은 "안철수 신드롬이 확 떴었는데 (안 대표가) 점점 저물었던 이유가 그런 모호한 화법 때문"이라며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선문답하듯이 나중에 더 피해가려고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런 것 때문에 (안 대표가) 실패했는데, (윤 전 총장이)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안 대표와 윤 전 총장 두 사람 모두를 에둘러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윤 전 총장의 대표 브랜드인 '공정'에 대해서도, "공정 말고 다른 걸 더 보여줘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 의원은 "공정은 20세기의 기본 가치이자, 21세기에선 공기와 같은 것으로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다만 문재인 정부 들어 586세력이 기득권 집단화되면서 당연히 지켜졌어야 하는 게 못 지켜졌던 게 문제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은 기본 베이스고, 누구나 다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게 더 이상 아니다"라며 "윤 전 총장이 21세기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좀 더 깊이 고민하고 자기만의 비전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우려했던 '윤석열 반사체론'의 연장선상이다.

하태경 "이재명 기본 인격이 문제, 인성 테스트 받아보라"

하 의원은 이 지사를 향해서는 "기본소득도 문제지만, 그분 기본 인격이 더 문제"라며 "인성 테스트를 한번 받아 보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하 의원은 이 지사가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주지 않는다며 남양주시장을 감사하고 고발했던 사례와 ▲조세재정연구원과 싸운 사례를 들며 "논쟁하다 수틀리면 인신공격에 법적 고발까지 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격적 하자가 있는 분이 대통령 되면 국격 손상은 물론이고 국민 분열도 엄청 심해진다"며 "필리핀 두테르테식, 미국의 트럼프 같은 정치를 하는 독재적 인성이 묻어나는 사람이 아직도 각광받고 있다는 게 민주당의 정치 후진성을 저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광재, "李 기본소득 가능성 제로", "尹 여론조사는 무지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앞선 두 사람에 비해 공세 수위를 아직 본격화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1등 까기' 전략은 공유하는 듯하다.

전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이 의원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론에 대해서 "전면실시는 반대하며, 그럴 가능성도 제로"라고 평가절하했다.

윤 전 총장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이 과연 검찰 공화국으로 가는 시대를 원하고 있을까"라고 반문한 뒤 "여론조사는 무지개 같은 것"이라고 일갈했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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