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레이건함이 이끄는 미국 해군 항공모함 전단이 15일(현지시간) 남중국해에 진입했다. 주요 7개국(G7)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에서 서방세계가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한 직후에 나온 움직임이어서 주목된다. 미 해군은 정례 임무 수행이란 입장이지만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 해군은 “미사일 탑재 순양함 샤일로, 구축함 할시 등과 함께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이 남중국해에 진입했다”며 “남중국해에서 고정익 전투기와 회전익 항공기의 비행작전, 해상타격작전, 육상ㆍ공중 병력의 합동전술훈련 등을 포함한 해양안보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해군은 이번 작전이 인도ㆍ태평양 지역에 있는 미군의 일상적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과 서방세계의 대중 압박이 강화되는 시점에 미군 항모가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로 진입한 데 대해 군사전문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앞서 미국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으로 규정하고, 나토 30개국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11~13일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도 미국은 중국의 홍콩 자치권 훼손, 신장 웨이우얼 자치구 인권탄압 논란, 대만 민주주의 위협 등을 거론하며 중국을 압박해왔다.
유럽연합(EU) 주재 중국 사절단 대변인은 이날 자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한 나토 공동성명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도대체 누구의 군사기지가 전 세계에 퍼져 있고, 누구의 항모가 사방에서 무력을 과시하는지 세계인들이 똑똑히 보고 있다”며 “우리는 누구에게도 구조적인 도전을 하지 않겠지만, 누군가 우리에게 구조적인 도전을 한다면 무관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응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와 대만해협 평화 안정을 주요 외교 의제로 상정해 동맹국과 중국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해양자원이 풍부한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한 뒤 군사 기지화해 주변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20일에도 미 구축함 커티스 윌버함이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 해역에 진입한 것과 관련해 갈등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