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양떼목장은 우람한 산줄기가 첩첩이 이어지는 강원도에서 가슴 트이게 시원한 풍광을 선사하는 곳이다. 드넓은 초지에서 한가롭게 양떼가 풀을 뜯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생기가 돋는다.
해발 700m 고원 도시 태백에 이달 초 조금은 색다른 관광 목장이 문을 열었다. 이름하여 몽토랑산양목장이다. ‘몽글몽글 구름, 토실토실 산양, 너랑 나랑 목장’이라는 긴 문구를 줄인 이름이다. 초지를 거닐면 건너편 매봉산 능선에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그 위로 몽글몽글 흰구름이 떠가는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진다.
목장을 누비는 건 양이 아닌 산양이다. 물론 설악산·오대산·대관령·태백산 일대에 분포하는 천연기념물 제217호 야생 산양과는 거리가 멀다. 몽토랑에서 기르는 산양은 주로 젖을 얻기 위해 기르는 유산양이다. 고기용으로 기르는 흑염소에 비하면 외모가 상당히 귀여운 편이다. 성질도 온순해 사람을 잘 따르고 머리를 쓰다듬어도 거부하지 않는다. 먹이주기 체험을 하면 순식간에 떼로 몰려든다. 초지 입장료는 5,000원, 파라솔과 자리를 포함한 피크닉 세트는 예쁜 사진을 찍으려는 관람객에게 인기가 높다.
목장은 태백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해발 800m 지점에 위치한다. 카페에서 통유리창으로 보이는 풍광 자체가 그림이다. 신선한 산양유와 요구르트(산양유 요플레)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 외부에 판매할 만큼 생산량이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산양유는 사람의 모유와 비슷해 소화와 흡수가 빠르고, 알레르기 반응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백과 이웃한 정선에는 양떼목장이 있다. 행정구역상 정선읍에 속하지만 읍내에서 꼬불꼬불한 산길로 한참을 가야 하는 첩첩산중에 위치한다. 접근이 불편하다는 건 이 목장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마을과 계곡, 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는 폭이 좁아 일부 구간에서는 차량 두 대가 비켜가기 어렵다. 운전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불편한 만큼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호젓하게 목장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주차장에 차를 대면 맞은편 산자락으로 시원한 초지가 펼쳐진다. 주변에 소나무와 전나무 숲이 울창하고 그 안에서 양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산바람은 시원하고 풀 내음은 상큼하다. 가파른 경사면에 띄엄띄엄 한 그루씩 남겨놓은 소나무는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이다. 전망대에서는 멀리 정선 읍내 풍경이 아련하게 보인다. 그 주변으로 높은 산줄기가 감싸고 있어 드넓은 초지 못지않게 이국적인 풍광을 선사한다.
‘정선양떼목장’은 황우목장으로 출발했다. 30여 년간 한우를 길러 오던 김정태 대표가 가축을 직접 보기 힘든 도시인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할 목적으로 일부를 양떼목장으로 변경했다. 목장에서는 양 외에 다양한 동물을 기르고 있다. 연못에는 오리들이 헤엄치고 당나귀, 염소, 토끼도 볼 수 있다. 입장료 6,000원에 먹이주기 체험이 포함돼 있다.
양떼목장으로 가는 길은 한가로운 산촌마을을 통과한다. 마을이 끝나는 지점, 목장과 갈림길에 ‘양떼마을 전망대’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나만 아는 전망대, 정선 오면 조용히 꼭 보고 가는 곳!’이라는 설명이 발길을 유혹한다.
시멘트 포장도로로 약 1km를 올라가면 길이 끝나고 차량 두세 대를 댈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이곳에서 산길로 조금만 걸어 능선에 닿으면 전망대가 보인다. 말끔한 목재 전망대에 오르는 순간, 발아래로 선물 같은 풍광이 펼쳐진다. 조양강이 길게 휘돌아가는 안쪽으로 평온하게 자리 잡은 덕송리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아우라지로 대표되는 정선의 전형적 지형이다. 지나치면 후회할 풍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