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는 아닌데 발열·기침·근육통… 레지오넬라증 때문?

입력
2021.06.15 07:40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기면서 꽁꽁 싸매 뒀던 냉방기를 하나둘씩 꺼내 놓게 되는 시기다. 요즘에는 코로나19 유행으로 몸이 조금만 아프고 기침만 해도 걱정이 앞선다. 그런데 이 시기에 주의해야 또 다른 여름병이 바로 레지오넬라증(Legionellosis)이다.

호흡기 감염증인 레지오넬라증은 온도가 높고 습한 환경에서 잘 번식하는 레지오넬라균에 의해 발생한다. 레지오넬라균은 특히 대형 건물의 냉각수 탑(탱크)이나 에어컨, 샤워기, 목욕탕, 수영장 물놀이 시설 등 물에서 증식해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흡입돼 발생한다.

레지오넬라증은 여름 감기라고 오해할 정도로 감기와 증상이 비슷하다. 보통 증상에 따라 독감형과 폐렴형으로 구분한다. 독감형은 전신 피로감, 근육통으로 증상이 시작돼 발열ㆍ오한ㆍ기침ㆍ어지럼증 등이 2~5일간 지속되고, 1주일 이내에 자연히 회복된다.

폐렴형은 만성 폐 질환을 앓고 있거나 당뇨병ㆍ만성콩팥병 등 만성질환자,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 흡연자에게서 나타날 수 있다. 폐렴형은 독감형보다 심각한 형태의 감염증으로 고열ㆍ근육통ㆍ마른기침ㆍ호흡곤란ㆍ의식장애 등이 생긴다. 항생제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40~80%가 목숨을 잃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서민석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레지오넬라증은 초기에 정확히 진단해 대증요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약물 치료가 필요하면 마크로라이드(macrolides)ㆍ퀴놀론(quinolones) 등 항생제를 처방한다”고 했다.

레지오넬라증을 예방하려면 건물 냉각탑수, 급수 시스템, 목욕탕 욕조물 등을 주기적으로 청소ㆍ소독해 레지오넬라균이 증식할 수 없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에어컨은 응결수나 물받이 배관 등이 막히지 않도록 관리하고 필터를 자주 소독해야 한다. 수도꼭지ㆍ샤워기ㆍ분수기 등 물기가 있는 곳도 정기적으로 청소ㆍ소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레지오넬라증은 만성질환이 없는 건강한 성인에서는 가볍게 앓고 지나갈 때가 많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만성질환자는 폐렴형 감염증으로 악화할 수 있으므로 평소 면역력 관리가 중요하다.

서민석 교수는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조심스러워 실내에서만 지내다 보면 운동도 하지 않고, 불규칙한 생활 습관 등으로 만성질환 관리가 잘되지 않고 면역력도 떨어지기 쉽다”며 “실내에서 가능한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운동, 규칙적인 생활 습관, 꾸준한 만성질환 치료제 복용으로 면역력을 꾸준히 관리하고 기침ㆍ발열 증상이 있다면 곧바로 전문의를 찾아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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