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의 나라 오스트리아...129년 만에 첫 국빈 방문이라고요?

입력
2021.06.15 09:30
문재인 대통령, 최초로 오스트리아 국빈 방문
1892년 조선-오스트리아 수호통상조약 맺어
수교 130주년 앞두고 협력 강화 약속

129년. 한국과 오스트리아가 공식적으로 교류한 시간입니다. 13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 수교 130주년을 앞두고 오스트리아 빈(비엔나)에 도착해 2박3일 일정의 국빈 방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통령 중 국빈 자격으로 오스트리아를 방문한 사람은 문 대통령이 처음입니다. 이번 일로 중유럽의 작은 나라 오스트리아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오스트리아는 어떤 나라인가요? 모차르트의 고향, 에곤 실레와 클림트, '비엔나 커피'의 나라. 낯설어 보이지만 오스트리아의 문화는 알게 모르게 한국인의 일상에 오래전부터 스며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언제, 어떻게 한국과 수교를 시작했을까요? '129'년이라는 시간의 수수께끼를 짚어보려고 합니다.

수교의 시작은 1892년, 조-오 수호통상조약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관계는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외교부와 오스트리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한국과 오스트리아는 1892년 수교를 맺었습니다. 당시 조선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맺은 '조-오 수호통상조약'은 그렇게 한-오 수교의 시발점이었는데요.

하지만 첫 만남이 그리 유쾌했던 것은 아닙니다. 19세기는 서양이 동아시아의 봉건제를 위협하던 격동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 이름을 떨쳤던 오스트리아는 다른 서구 열강이 그랬듯 조선에 포함외교(砲艦外交: 강대국이 함대의 무력을 배경으로 전개하는 외교 정책)를 펼쳤습니다. 오스트리아는 제물포에 대형 이양선을 보내 조선을 압박했습니다.

제국주의에 위협을 느낀 청나라가 속국을 잃지 않으려 조선의 내정에 더욱 간섭하는 한편 국경을 맞댄 러시아가 몸집을 불리자 고종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개항을 선택했습니다. 적을 통해 적을 견제하려 한 것이죠.

그렇게 조-오 수호통상조약은 1892년 6월 23일 체결됩니다. 앞서 영국, 프랑스, 미국과 그랬던 것처럼 조-오 수호통상조약 역시 불평등조약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교류는 더뎌집니다. 적극적으로 세력을 확장하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사라예보 사건에 휘말리면서부터입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보스니아를 합병하려 하자 세르비아의 청년은 이에 반발해 사라예보에서 제국의 황태자를 암살했고 그렇게 1차 세계대전은 시작됩니다.

1·2차 대전을 겪고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4개국의 군정 통치를 겪은 이후 오스트리아는 1955년 영구 중립국을 선언했습니다. 국제 정세의 혼돈과 갈등과 결별을 고한 것이죠.

그 연장선에서 오스트리아는 한반도 문제 역시 동서 진영 대립으로 인식해 거리를 뒀으나 1980년대부턴 달라집니다. 1980년 중반 이후 한국이 경제 발전을 이루고 국제 지위가 향상되자 오스트리아는 한국과의 관계에서 미래를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냉전의 한기가 조금씩 수그러들면서 1990년대 이후엔 한국 정부의 대북 화해와 협력 정책에 지지를 표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우리 정부도 비공산진영 국가인 오스트리아와 적극적 외교 관계를 만들며 유대 관계를 쌓았습니다. 129년의 시간은 그렇게 현재의 문 대통령의 국빈 방문까지 이어졌습니다.

수교 130주년, 한국-오스트리아 미래 향해 나아가다

14일(현지시간) 김정숙 여사는 빈 미술사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이곳엔 129년 전 조-오 수호통상조약 직후 고종이 프란츠 오제프 1세 황제에게 선물한 조선 왕자의 투구와 갑옷이 전시돼 있는데요.

김 여사는 "129년 전의 선물을 마치 어제 받은 것처럼 잘 보존해 준 것이 대단하다"며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관계도 더 돈독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사비네 하그 박물관장 역시 내년 양국 수교 13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특별전을 열고 싶다고 화답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도 호평을 보냈습니다. 지난해 8월 28일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높이 평가하며 협력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죠.

이처럼 한국과 오스트리아는 미래를 위해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나가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이번 국빈 방문을 통해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양국의 협력을 강화하고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교류를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양국은 이번 만남에서 그동안 바라왔던 교육·문화 교류를 활성화하고 기후대응 파트너십, 코로나19 이후 녹색 회복과 친환경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한편 문 대통령은 15일까지 빈에 머물며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와의 회담 등 일정을 소화하고 다음 국빈 방문을 위해 스페인으로 향합니다.


*오스트리아는

오스트리아는 중유럽, 독일 남동쪽에 자리한, 인구 약 886만 명의 작은 나라입니다. 수도는 빈이며 민족은 오스트리아계(73%), 슬라브계(8.2%) 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종교는 가톨릭 신자가 대부분이며 정치적으론 의원내각제와 양원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연방 총리는 제바스티안 쿠르츠입니다. 특히 1986년생인 쿠르츠 총리는 오스트리아의 역대 최연소 총리이자, 세계 최연소 정부 수반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보다 한 살이 어리네요. 쿠르츠 총리는 2019년 2월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기도 했습니다.


홍승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