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사벽’ 서울 아파트값, 청약 경쟁 속 빌라 인기 갈수록 상승

입력
2021.06.1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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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빌라 거래량, 5개월 연속 아파트 추월
6월 거래량은 3배까지 벌어져
"67%가 2억~6억 빌라 매수... 실거주+재개발 기대감"

흔히 '빌라'로 통하는 다세대·연립주택에 서울 지역 실수요자가 꾸준히 몰리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의 빌라 매매 거래량은 5개월 연속 아파트 거래량을 추월했다.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는 가운데, 청약 가점이 낮은 이른바 ‘청포족(청약포기족)’들이 그나마 부담이 가능한 빌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4,908건으로 아파트 거래량(3,773건)보다 많았다.

보통 실수요자는 아파트 선호 현상이 강해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아파트 거래량(7,527건)이 빌라(5,450건)를 앞섰지만 올해 1월부터는 5개월 연속 전세가 뒤집히고 있다. 6월 거래량은 아직 신고 기간이 40여 일 남은 가운데 빌라(477건)가 아파트(155건)에 비해 세 배가량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서울 아파트값은 서민이 감당할 수준 이상으로 올랐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중위 소득 가구가 서울에서 중간 가격대(8억4,810만 원)의 아파트를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8년 모아야 가능하다.

분양가상한제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들어갈 수 있는 아파트 청약마저 ‘바늘구멍’이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의 1순위 경쟁률은 115.04 대 1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서울에서 ‘내 집 마련 사다리’가 끊어지자, 무주택 실수요자가 현실적인 선택지로 빌라를 사는 것으로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값이 너무 올랐고, 직장과 가까운 곳에 머물고 싶어하는 실수요자 일부가 탈서울 대신 서울 내 빌라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에 따른 민간 재개발 규제 완화 기대감도 빌라 수요에 영향을 줬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서울 내 빌라 매수자의 67%가 2억~6억 원대 빌라를 샀다”며 “이 정도 금액이면 정비사업 규제 완화까지 염두에 두고 아파트의 대체 성격으로 실거주용 빌라를 매수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 시기에 빌라는 아파트처럼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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