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항공·여행업계… "백신 맞고 여름 휴가는 해외로!"

입력
2021.06.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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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트래블버블' 추진 소식에 앞다퉈 운항 재개
국내 항공사들, 방역 우수한 괌·사이판 노선 우선 공략
여행사들은 유럽 상품도 내놔… 문의 급증에 매진까지

수원에 사는 김모(38)씨는 지난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얀센 백신을 접종했다. 백신 안정성에 대해선 여전히 안심할 수 없었지만 해외 여름 휴가를 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친한 친구들과 돈을 모아 정기적으로 여행을 다녔는데, 코로나19 이후엔 국내 여행조차 못 갔다"며 "올여름엔 백신을 맞은 친구들과 함께 해외 여행을 갈 생각에 벌써부터 맘이 들떠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1년 넘게 그로기 상태에 빠져있던 항공·여행업계가 백신 접종 확산과 더불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자가격리 없이 방역 우수 국가에 대해선 단체 여행도 허용할 것이란 정부의 '트래블버블' 추진 방침이 기폭제로 작용하면서다. 이에 항공업계는 이미 국제선 노선 재개에 나선 데다, 여름 휴가철 성수기를 앞둔 여행업계 역시 바캉스족 잡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국내 항공사들 방역 우수한 괌·사이판 노선 우선 재개

14일 아시아나항공은 다음 달 24일부터 주 1회 사이판 노선을 운항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여파로 운항을 중단한 지 1년 4개월 만의 첫 공식 운항이다. 사이판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및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승인한 백신 접종이 확인되면 자가 격리까지 면제, 코로나19 이전처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번 사이판 노선 운항 재개를 첫걸음으로 국제 관광과 항공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반기에도 전 세계 입국 제한 조치 완화를 대비, 운항 재개 노선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운항 재개를 밝힌 아시아나항공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내 항공사는 트래블버블이 유력한 괌이나 사이판 노선 재정비에 나섰다. 제주항공에선 지난 8일 인천~사이판 노선을 운항했다. 8월부터는 인천~괌 노선 운항도 검토 중이다. 당장은 교민 수요를 소화하기 위한 운항편이지만, 향후 관광 수요에도 대응할 계획이다. 진에어 역시 인천~괌 노선을 주 1회 운항 중인 가운데 부정기 노선으로 월 1회 세부·클락 노선 운영에 들어갔다.

에어서울의 경우엔 인천~괌 노선과 홍콩·베트남 다낭 노선에 대한 운항허가를 지난달 중순 국토부에 신청했다. 티웨이항공도 7월부터 인천~괌 노선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11월부터 매일 운항할 인천~괌 노선 항공권을 판매중이다.


유럽으로 보폭 넓힌 여행업계… "문의 급증"

분주하기는 여행업계도 마찬가지다. 항공사들이 사이판·괌 노선에 편중된 것에 비해, 여행업계는 유럽 여행 상품까지 보폭을 넓혔다. 하나투어는 이날 ‘추석연휴에 떠나는 유럽 여행 상품’을 통해 스위스 일주, 터키 일주 등의 상품을 선보였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추석 연휴 유럽 여행 문의가 증가해 항공 좌석을 확보한 유럽 여행상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참좋은여행도 백신 접종자를 겨냥해 7월 중 프랑스, 스위스, 독일 등 유럽 단체 여행상품을 내놨다. 백신을 맞은 70대, 얀센 접종자인 30대 등 총 22명이 이미 예약을 마친 상태다. 괌 여행상품에는 14일 기준 총 210명이 예약했다.

홈쇼핑에서도 코로나19로 억눌린 여행 수요를 잡기 위한 여행상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CJ온스타일과 노란풍선이 함께 선보인 ‘유럽 인기 일정 3선’ 패키지 상품은 약 1시간 만에 총 5만2,000여 명이 예약해 전체 매진됐고, 롯데홈쇼핑도 13일부터 유럽, 동남아시아 등 해외 인기 여행지 상품 판매를 확대했다.

백신 접종을 기다리면서 ‘여행 예약’에 나선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초 구매가로 이용 가능한 ‘가격 동결 상품’을 테마로 한 인터파크투어의 ‘얼린여행’ 상품이 대표적이다. ‘얼린여행’은 공식적으로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는 시점부터 1년간 이용 가능한 상품이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정부가 본격적으로 트래블버블을 추진하면서, 고객 문의가 2~3배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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