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실명계좌 인증' 안 풀려... 가상화폐 거래소 '줄폐업 위기감' 고조

입력
2021.06.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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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9월 24일 전까지 조속한 신고 독려
TF 구성 계획하고 최근엔 거래소들과 만남
은행권, 실명계좌 발급 후 책임소재 불투명
거래소 "생존 가능성 장담 못해" 위기감 고조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 거래소 신고 기한을 100여 일 앞두고 업계에 컨설팅 기회를 제공하는 등 거래소의 조속한 신고를 독려하고 나섰다. 그러나 중소형 거래소들 사이에서는 신고 요건의 최대 장벽인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확보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라 60여 곳 거래소 중 대형 거래소 4곳을 뺀 나머지 거래소들의 줄폐업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금융위 가상화폐 TF 구성…"사업자 신고 조속히 진행"

14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을 중심으로 가상화폐 관련 테스크포스(TF) 구성을 계획하는 등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로 마련될 TF는 총 5곳으로, 구체적으로 △일일상황반 △신고수리반 △현장컨설팅반 △자본시장반 △제도개선반으로 구성된다. 해당 TF들에는 금융위를 비롯해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등 유관기관들도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특금법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9월 24일 이전까지 TF를 통해 거래소들의 신고 절차를 돕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기간까지 신고하지 않은 업체는 폐업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신고수리반은 거래소의 신고 업무를 지원하고, 현장컨설팅반은 신고를 희망하는 거래소에 한해 필요한 보완사항을 컨설팅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사업자들의 신고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금융위는 최근 20여 곳의 거래소와 간담회를 갖고 신고를 독려하고 나섰다. 금융위는 지난 3일 거래소들과 만나 신고 시 제출해야 할 사업추진계획서에 반영해야 할 권고사항 등을 안내했다. 이어 지난 10일에도 20여 곳의 거래소와 2차 간담회를 열고 현장 컨설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실명계좌' 은행·거래소 모두 불만… 당국과 면책기준 논의할 듯

그러나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둘러싼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으면서 은행은 은행대로, 거래소는 거래소대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실명계좌를 발급하는 은행으로선 발급 이후 거래소 차원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책임져야 하는지가 가장 큰 걱정거리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에 이 같은 우려를 전달하고 향후 면책기준 설정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거래소 차원에서는 실명계좌 발급 여부가 신고의 최대 걸림돌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60여 곳 거래소 중 은행 실명계좌를 갖춘 거래소는 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 등 대형 거래소뿐이다. 게다가 최근 고팍스 등 일부 거래소와 협의를 진행 중이던 부산은행마저도 돌연 리스크 문제를 들어 실명계좌를 발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선 그나마 가능성이 높았던 부산은행마저 등을 돌리면서 줄폐업 위기가 현실화됐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소형 거래소들은 금융당국과의 간담회에서도 은행의 실명확인 계좌 발급을 독려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뾰족한 답변은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신고 마감 전까지 다른 은행들과 최대한 협의를 진행하겠지만, 현재로선 생존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정현 기자
곽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