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재개발사업 비리 턴다'…경찰, 조폭 개입 의혹 수사

입력
2021.06.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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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수주·재하도급 관여 비리 정황

광주광역시 동구 주택재개발사업구역 철거 건물(지상 5층 지하 1층) 붕괴 사고의 후폭풍이 거세다. 철거 시공사가 공사를 수주하고 재하도급하는 과정 등에 조직폭력배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경찰이 이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붕괴 참사의 불똥이 재개발사업 비리 쪽으로 옮겨붙고 있는 양상이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13일 붕괴된 철거 건물이 포함된 동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구역 철거 시공사 선정 배후에 광주지역 조직폭력배 A씨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직폭력배 관리대상인 A씨가 2005년 3월과 이듬해 5월 연이어 추진됐던 동구 학동 3구역과 4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싸고 각종 이권에 개입한 정황을 잡고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학동 재개발사업 구역 주변에선 A씨가 자신의 아내가 사내이사로 활동 중인 재개발·재건축 용역 및 정비사업 업무 대행업체 B사를 끼고 시공사와 철거업체 선정 등에 관여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4구역 재개발사업조합의 한 조합원은 "현재 조합이 추진위원회 구성 단계일 때인 2006년 5월 모 업체와 체결한 업무대행 용역계약을 몇 년 전부터 B사가 이어받아 일을 했다"며 "특히 어떤 계약인지는 모르지만 작년 여름 조합사무실에서 조합 측이 B사에 계약금 10억 원 중 5억 원을 건넨 지급내역서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4구역 재개발사업 사정을 잘 아는 한 주민도 "B사 뒤에는 무조건 A씨가 있다"며 "특히 A씨에게 뒷돈을 줘야 철거 공사 등을 수주할 수 있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A씨는 2015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B사 사내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또 "이번 붕괴 사고를 낸 철거 공사의 경우 재하도급을 받은 업체가 서너 곳 된 걸로 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재개발정비사업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로부터 철거 공사(공사비 54억 원)를 따낸 (주)한솔기업이 철거 물량(610개 건물)을 쪼개기해 (주)백솔건설 등 여러 업체들에 재하도급을 줬다는 얘기다. 백솔건설은 건물 붕괴 당시 건물 철거 공사를 했던 업체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이날 한솔기업 대표 김모(50)씨를 소환해 공사 수주와 재하도급과정에 A씨가 개입했는지, 뒷돈이 오갔는지 여부 등을 집중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건물 철거 공사의 경우) 하도급업자가 공사비를 후려쳐 재하도급을 하고 돈을 남기더라도 그 돈을 다 먹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조합(추진위)-대행업체-건설사 간 모종의 거래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경찰은 일반 건축물 철거 공사 말고도 석면 해체·제거 공사 수주 과정에서도 뒷거래가 있었는지 캐고 있다. 경찰은 석면 철거 전문업체인 다원이앤씨가 조합으로부터 석면 해체 공사를 수주한 뒤 석면취급허가자격증도 없는 백솔건설에 불법 재하도급한 사실을 확인했다. 다원이앤씨는 한때 '철거왕'으로 불리며 철거업계를 평정한 C 회장의 동생이 대표를 지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붕괴 사고가 발생한 재개발사업을 둘러싸고 불거진 조직폭력배 개입설 등 모든 의혹을 철저히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 안경호 기자
광주= 원다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