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30대 당대표'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어깨에는 두 가지 무거운 과제가 놓여 있다. '이준석 바람'이 보수 진영의 정권교체 열망이 반영돼 있는 만큼 내년 대선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 자신에게 투영된 '세대교체'라는 시대적 요구에도 부응해야 한다. 과욕을 부리다 삐끗한다면 어렵게 물꼬를 튼 세대교체 흐름이 단절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대표가 가장 경계할 대상은 '이준석 본인'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경륜 있는 리더도 버거워할 과제들을 의정 경험이 일천한 30대 대표가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가 끊임없이 따라붙는 이유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최근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선 이전에는 세대·젠더 갈등에 논쟁적 발언을 지지의 원동력으로 삼았다면, 당선 직후 '공존'을 내세워 배제보다 포용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 대표가 풀어야 하는 가장 큰 과제는 야권 대권 레이스 운용이다. 현재 국민의힘에는 지지율 3%를 꾸준히 넘는 대선 주자가 없다. 그렇다 보니 당 밖에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영입을 위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합당 문제가 걸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탈당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참여도 독려해야 한다.
대선 경선에 대한 이 대표의 원칙은 '정시 출발·공정 경선'이다. 당헌에 따라 대선 120일 전인 오는 11월에 대선후보를 선출하려면 7월에는 경선 룰을 확정하고 8월 중순에는 경선 레이스에 돌입해야 한다. 당 밖의 대선 주자들의 이해관계와 입당·합당·후보 단일화 등 여러 변수를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중심 플랫폼'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야권 주자들을 국민의힘 안으로 끌어모아야 하는 지상과제에도 특정 후보를 위해 배려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실상 유력 후보로 꼽히는 윤 전 총장을 위해 경선 일정을 늦추진 않겠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11일 당선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도 본인 정치 일정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시기에 (입당을) 결단하시면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직접 당선 축하인사 문자를 보내와 저도 답문을 했다"며 윤 전 총장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음을 강조했다.
전대 이후로 미뤄둔 국민의당과의 합당 논의는 벌써 시작됐다. 이 대표가 바른미래당 시절 2018년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공천을 둘러싸고 앙금이 쌓인 안 대표와 전격 만나면서다. 당초 두 사람의 껄끄러운 관계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논의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당선 하루 만인 지난 12일 안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쿨하게' 만남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상계동 동네 카페에서 안 대표와 편하게 만났다"며 "합당 문제에 어느 정도 공감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스타일은 'MZ세대(밀레니엄세대+Z세대)'식 직진 화법을 대표한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거물 정치인들이 보여준 화합은 물밑에서 조용하고 은밀하게 진행된 것에 반해 이 대표의 방식은 확실히 다르다"고 했다. 다만 "본격적인 대선 경선 국면에서 당 안팎의 여러 주자들을 화합시키기 위해선 보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 대표의 스타일이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당내 통합'이란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이 대표로 상징되는 세대교체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당내 세대 및 자유한국당 잔류파와 바른미래당 탈당파의 통합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 의원 중 36세인 이 대표보다 나이가 적은 이는 없다. 'MZ세대' 대표를 맞이한 국민의힘 의원 입장에서는 기존 정치 문법과 거리가 있는 이 대표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장 이 대표가 사무총장 등에 중진 의원을 물색하고 있지만 일부 의원들은 거절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자녀 또래인데, 자녀와도 말이 통하기 쉽지 않다"며 "이 대표가 추구하는 빠른 변화와 혁신을 따라가기엔 버거울 수 있다"고 했다.
당내 잠재적 갈등 요인인 한국당 잔류파와 바른미래당 탈당파의 화학적 결합도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총선 직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합당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을 만들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비상체제' 하에서는 잠잠했지만, 바른미래당 탈당파인 이 대표가 정치혁신 구상을 가속화할수록 한국당 잔류파의 저항이 수면에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한국당 잔류파 측 한 당직자는 "이 대표가 말하는 토론배틀 등은 바른미래당에서 실패했던 포맷"이라며 "민주당은 대선 경선몰이에 매진할 때 국민의힘은 정치 실험을 하겠다는 뜻이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 체제가 초반부터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수도권 의원은 "한국 사회는 1학년에게 관대하다"며 "이 대표가 초반에 좌충우돌해도 민심은 너그러이 받아줄 것"이라고 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 대표로 상징된 세대교체 흐름이 너무 거대해 중진들이 흔들기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 대표가 넘어서야 할 산은 '본인'이라는 평가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의힘은 2030세대와 60대 이상 세대 연합의 지지가 있어야 대선 승리가 가능한 구조"라며 "시간이 갈수록 '이준석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과도한 언행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한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