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숨긴 죄로 '사지 마비'된 미얀마 여성, 감옥서 방치

입력
2021.06.13 16:22
머리 총상, 두 달여 실종 뒤 통보 
완치도 안 됐는데 교도소 수감
'실명 위기' 청년도 병원 대신 감옥

미얀마 만달레이 주민 다우푠(50)씨는 3월 13일 군경을 피해 달아나는 시위대 20여 명을 자신의 집에 숨겨 줬다. 시위대를 쫓아 집을 습격한 군경은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다. 다우푠씨가 "제발 젊은이들을 잡아가지 말라"고 부탁했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머리에 총탄을 맞았다. 집에 있던 시위대는 대부분 잡혀갔다. 침대 밑에 숨어 겨우 체포를 면한 한 청년은 "우리가 그 집으로 피신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죄책감을 느낀다"며 "그는 그저 우리를 보호하기만 했을 뿐 아무런 죄가 없다"고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에 증언했다.

주민들이 다우푠씨를 구급차로 옮겼지만 이후 상황을 군인들이 통제하면서 다우푠씨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그날 최소 10명이 죽고 20여 명이 다쳤다는 얘기만 들렸다. 다우푠씨 가족이 그를 찾기 위해 관청, 군 병원, 교도소 등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허사였다. 두 달 반이 지난 5월 말에야 경찰은 다우푠씨가 군 병원에서 교도소로 이송됐다고 연락했다. 가족은 다우푠씨가 형법 505조 a항 선동 혐의로 기소된 사실도 알게 됐다. 쿠데타 직후인 2월 14일 해당 법 조항을 개정한 군부는 약 2,000명을 선동 혐의로 기소했다.

가족은 다우푠씨를 면회할 수도 없었다. 지금까지 두 번에 걸쳐 음식과 물품을 전달했을 뿐이다. 무엇보다 다우푠씨 건강이 걱정이다. 마지막으로 다우푠씨를 접견한 변호사에 따르면 "다우푠씨는 팔과 다리가 거의 마비됐고, 감옥에서 치료를 받을 수도 없는 상태"다. 다우푠씨 딸은 "상처가 나을 때까지만 치료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비슷한 사례는 더 있다. 중부 마궤에선 실명 위기에 놓인 대학생 리앙표아웅(22)씨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구치소에 수감됐다. 그는 3월 27일 반(反)군부 시위 현장에서 심하게 다친 뒤 군경에 끌려갔다. 오른쪽 손은 군 병원에서 절단했고, 다리는 상처투성이라 거동이 어렵다. 특히 "오른쪽 눈에서 고름이 계속 나오는 상황이라 적절한 치료나 긴급 수술이 필요하다"는 게 가족의 주장이다. 그러나 군부는 선동 혐의로 기소된 그를 7일 교도소로 옮겼다.

현지 인권 단체는 "미얀마 현행법상 사형이나 무기징역이 선고될 범죄가 아니면 병(病)보석 신청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군부는 아무 대꾸가 없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