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정숙씨’도 경색된 한일관계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영국을 방문 중인 김정숙 여사가 12일(현지시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부인인 마리코(眞理子) 여사를 처음 만났다. 활발한 성격으로 정상 외교 때마다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담당한 김 여사지만, 이번 만남에서 마리코 여사와는 '한마디' 대화에 그쳤다.
김 여사는 이날 공식 환영식 전에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부인인 케리 존슨 여사가 주최한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 마리코 여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배우자 요하임 지우어 부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배우자 브리짓 마크롱 여사 등이 함께 참석했다. 김 여사와 스가 여사가 첫 대면을 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김 여사는 마리코 여사에게 "이렇게 처음 만나게 돼 반갑다"는 인사말 한마디에 그쳤다. 청와대는 마리코 여사의 반응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 여사가 정상 외교 때마다 적극적으로 나서 대화를 주도한 모습과 비교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장기간 경색 중인 한일관계를 고려한 듯 오래 대화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역시 첫 만남인 질 바이든 여사와의 대화는 달랐다. 김 여사는 "지난달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바이든 대통령 내외의 환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미정상회담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전쟁 영웅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 명예훈장 수여식에 문 대통령을 이례적으로 초청한 사실을 거론하며 "한미 두 나라의 깊은 우정을 변함없이 이어나가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여사가 "미국에 꼭 한번 와 달라"고 초청하자, 김 여사는 "기꺼이 초대에 응하겠다"고 화답했다고 임세은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김 여사는 브리짓 마크롱 여사와는 팬데믹 시대 교육 문제, 원격수업으로 인한 교육 격차의 심각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번 G7 정상회의 의장국인 영국의 케리 존슨 여사에게는 "결혼을 축하한다"며 덕담을 건넸다. 지난달 보리스 존슨 총리와의 결혼에 대한 축하 인사였다.
이들은 환경을 주제로 한 콘월 지역 학생들의 공연을 관람한 뒤 기후위기 대응 공조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김 여사는 공연 관렴 후 "한국의 초등학생들도 플라스틱 폐기물 등 환경 문제가 걱정이라고 말한다"며 "미래세대가 당면한 환경 문제에 대한 공연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P4G 서울 정상회의를 소개하며 "기후환경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협력과 연대로 미래세대를 위한 비전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월=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