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16년 만의 퇴임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에 마지막으로 참가했다. 메르켈은 그간 G7 회의에 15회나 참석하면서 환경이나 보건 · 의료 등 소외됐던 의제를 수면 위로 끌어냈다. '미국우선주의' 정책을 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에는 미국을 대신해 G7의 리더 역할을 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르켈 총리는 영국 콘월에서 G7 정상회의 이틀째를 맞은 1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첫 미·러 정상회담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고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사업인 '노르트 스트림-2'에 대해서도 간단히 논의했다"고 밝혔다.
2005년 독일 총리 자리에 오른 메르켈은 이듬해 처음 G7 회의에 참석했다. 마지막이 될 이번 회의는 15번째로,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16회)에 이어 두 번째로 G7에 많이 참석한 정상이 됐다. 메르켈처럼 장기 집권했던 영국의 여성 지도자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기록은 12회로, 메르켈이 이미 넘어섰다. 그간 메르켈이 G7에서 만난 미국 대통령만 해도 조지 W 부시부터 조 바이든까지 4명이나 된다.
메르켈은 G7 회의에서 그동안 등한시됐던 의료나 환경 문제를 주요 의제로 이끌어내며 협력을 도모했다. 2007년 회의에선 에이즈, 말라리아 등이 만연한 아프리카의 열악한 보건의료 환경을 지적했고, 이를 위해 600억 달러(약 67조 원)의 지원금 마련을 주도했다. 2015년엔 바다의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언급하며 회의의 포문을 열었고, 결국 2050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70%를 줄이겠다는 선언을 이끌어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는 미국 대신 G7의 리더 역할을 자처했다. 트럼프가 미국우선주의 정책을 펼치며 국제협력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2018년 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장벽을 비판한다는 G7 공동성명이 발표되자, 트럼프는 자신은 서명한 적 없다는 트윗을 올려 성명 채택이 불발됐다. 당시 트럼프가 공동성명 채택을 반대하며 메르켈에게 사탕 두 알을 던졌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12일 메르켈을 “유럽 안정을 이끌어낸 중심”이라고 평가하며 “푸틴이나 트럼프에 대항해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메르켈은 올해 9월 열릴 독일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16년간 집권한 메르켈의 시대도 곧 막을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