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의장국인 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도상국에 10억 회분 제공한다고 발표한데 대해 일본 정부는 “처음 들었다”며 당혹스러워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G7은 내년 말까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백신 접종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약속할 것”이라며 “G7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과 총 10억 회분의 백신을 무상 제공하기로 합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국도 수 주 내에 500만 회분을 포함해 내년까지 1억 회분의 백신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 발표에 대해 사전에 연락을 받지 못했다. 외무성 간부는 “전혀 듣지 못했다”며 “어떤 근거도 없는 숫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공동으로 ‘코백스 백신 서밋(정상회의)’을 온라인으로 주최하면서 코로나19 백신 공동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에 기존 2억 달러에 더해 8억 달러(약 9,000억 원)를 추가 기부하고, 일본에서 생산할 백신 3,000만 회분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발표 직후에 영국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10억 회분 제공을 발표해 일본 정부가 불편해한다는 것이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영국의 ‘10억 회분’ 발표는 앞서 미국의 백신 5억 회분 제공 발표를 받아 나온 것으로 본다”며 영국이 “남의 훈도시(일본의 남성의 전통 속옷)를 차고 스모(일본 씨름)를 하고 있다. 돋보이고 싶은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마이니치는 “일본은 다른 G7 국가와 달리 국내 백신 접종이 부진하다”며 “여론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발표로 추가 부담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아져 대응책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0일 기준 G7 각국의 1회 이상 백신 접종률은 캐나다(63.62%), 영국(60.53%), 미국(51.56%), 독일(47.19%), 이탈리아(46.47%), 프랑스(44.18%), 일본(12.60%)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