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는 12일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경우 '장소나 방식에 구애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1야당 대표지만, 독대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당 대표가 뽑을 권한을 가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는 '여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페미니즘 논란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전문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1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영수회담 제안이 올 경우 형식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응하겠다”며 “토론할 때도 3대 1, 4대 1로 했는데, 독대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 대표(36)는 문 대통령(68)의 장남 준용씨보다 3살이 어리다. 그동안 영수회담이 ‘중년 남성 정치인 회동’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모습이 연출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주말 첫 일정으로 “당직 인선을 생각해놨는데 오만하다고 할까 봐 당사자들에게 연락을 못 드렸다”며 “(이번 주말에) 그 분들을 설득할 예정”이라고 했다. 당대표 첫 일정으로 당직 인선을 우선하겠다는 뜻이다.
지명직 최고위원으로는 여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 분(여성 지명직 최고위원)이 전문가라 선택한 것”이라며 “페미니즘 논란 때문에 여성을 지명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런 억측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경선 기간 ‘공천 과정에 여성ㆍ청년ㆍ호남 할당제를 폐지하겠다’고 해 젠더 이슈에 무감각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표는 “(이번에 당선된) 선출직 최고위원 가운데 세 분(조수진ㆍ배현진ㆍ정미경)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여성 할당제 폐지’ 논의가 무의미했다는 것 아닌가”라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조직 동원, 회식이 없었는데 정치권에서 이런 것만 없애도 훈련된 여성은 (경쟁을) 돌파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전당대회 승리 요인으로 ‘세대 교체’를 들었다. 그는 “지금까지 지역·이념 구도가 중심이었다면 세대 구도가 하나의 무기가 된 것을 느낀다”며 “정치 문법도 바뀌었다. 기존 당권 주자는 대구ㆍ경북(TK)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하는 데 주력했지만 저는 TK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로 승부를 걸었다”고 했다.
그는 전당대회 기간 나경원 후보로부터 ‘유승민계’라는 공격을 받았을 때 “나중에 큰 상처로 남겠다 싶어서 아찔했다"고 했다. 그는 “유승민 전 의원을 싫어하는 태극기 부대를 자극해 그들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것이었는데, 나 후보가 당선되면 대선 경선에서 공정성 공격을 받겠다 싶었다”고 했다.
여권의 대선주자 빅3를 평가해달라는 물음에 “이재명 경기지사는 젊은 세대의 열풍을 잘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권에서 독보적”이라고 했다. 이어 “(청년 정치) 바람은 박용진 의원에게도 상당히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세균 전 전 총리의 경우 그럴 분이 아닌데 ‘장유유서 논란’이 뼈아프게 작용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