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 야당대표' 맞이한 與... 환영 일색 속 "이러다 꼰대당 될라"

입력
2021.06.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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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36세·0선' 제1야당 대표의 탄생을 마주한 더불어민주당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보수정당이 선택한 파격적 변화가 정치권 전반에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축하와 환영의 뜻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면에는 "이제는 우리도 변해야 살아남는다"는 무거운 위기감도 감지됐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탄핵의 강을 넘고 합리적인 보수로 발전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에서의 콩이 광주에서도 콩이고 대구에서도 콩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며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는 정치가 아니라, 서로가 자기반성과 개혁을 통해 국민께 봉사하는 정치를 만들어나가자"고 했다. 송 대표는 양당 대표가 정기적으로 만나는 자리를 제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이소영 대변인이 전했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들도 이 대표의 선출을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와 관련해 "기성의 정치에 대한 심판"이라며 "민심에 대한 두려움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긴장된다. 경쟁 상대의 변화는 가장 큰 위협임과 동시에 또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라며 "그래서 기분 좋은 긴장감"이라고 설명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수락연설 중 '다른 생각과 공존하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대목에 매우 공감한다. 모든 정당과 정치인에 필요한 덕목"이라고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말에 적극 공감한다. 고정관념과 대한민국의 모든 차별을 함께 깨자"고 했다.

환영 일색이었지만 근저에는 긴장감도 흘렀다. 이번 전당대회 결과로 '고루한 보수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떨쳐 낸 국민의힘과 대비돼 민주당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노쇠한 정당'이란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결과적으로 그간 민주당의 강점이었던 변화에 역동적인 이미지마저 빼앗길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제 민주당이 '꼰대당'으로 불리는 것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며 "이 대표 선출을 그야말로 정신 차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을 7개월 앞둔 시점에서 대선주자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빅3'로 꼽히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정 전 총리의 연령대는 5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 사이다. 제1야당발(發) 세대교체 바람이 대선까지 이어진다면 어느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지사 측 의원은 "원칙대로 9월에 대선 경선을 치러 상대적으로 젊고 추진력이 강한 이 지사(57세)를 당의 전면에 내세워야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