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단건배달' 경쟁이 라이더(배달기사) 쟁탈전으로 번질 조짐이다. 단건배달은 폭설이나 장마 등 여러 변수에도 얼마나 시스템을 잘 유지할지가 관건인데, 그러려면 결국 "라이더 수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지가 핵심"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라이더 확보를 위한 각종 정책과 프로모션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경우엔 이용자들의 배달비가 인상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단건배달 경쟁은 후발주자인 쿠팡이츠가 빠른 배달을 무기로 시장점유율을 키우면서 촉발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2019년 단건배달을 시작한 쿠팡이츠는 최근 배달의 성지로 알려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시장점유율 45%를 넘겼다. 위기의식을 느낀 우아한형제들은 이달 8일 쿠팡이츠보다 3% 낮은 중개 수수료를 내걸고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을 시작했다.
관건은 라이더 확보다. 기존엔 라이더 1명이 1시간에 3~5건의 주문을 처리했지만, 단건배달 시장에선 같은 시간 1, 2건밖에 소화하지 못한다. 묶음배달보다 라이더의 시간당 수익이 줄어 배달비가 낮으면 다른 플랫폼에 라이더를 내주기 쉬운 구조다.
급증세인 배달 수요도 업계의 고민이다. 오픈서베이가 지난 4월 국내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년 전과 비교해 ‘배달 이용이 증가했다’는 응답자는 16.7% 늘었고 향후 배달을 이용하겠다는 수요도 4% 증가했다. 배달 인력은 한정적인데 수요를 메울 수 없어 '배달대란'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장마철 배달 지연으로 단건배달의 문제점이 크게 터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내년 1월부터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인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 고용보험이 적용되면 라이더 수급난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중취업이 금지된 직장인 등 소득 정보가 드러나면 곤란한 일부 라이더들이 일을 그만둘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사람들이 '투잡'으로 라이더를 하는 경우가 늘었는데, 고용보험이 적용되면 이런 라이더들이 대거 이탈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에 배달앱들은 각종 지원 정책과 프로모션으로 라이더 모시기에 나섰다. 쿠팡이츠는 지난 10일부터 주 5일 근무하는 배달 담당 직원 '이츠친구'를 모집한다. 이츠친구는 배달수수료를 주 수입원으로 했던 기존 라이더와 달리 쿠팡이츠의 직원으로 월급을 받게 된다. 고정적인 근로시간, 4대 보험가입 등 보다 안정적인 고용 형태를 보장하는 게 핵심이다. 이츠친구는 3개월 계약직 테스트 후 정규직 전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서초구에서 신규 라이더에게 최대 100만 원을 추가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열었다. 10건 이상 배달한 라이더들을 대상으로 전기차 아이오닉5, 전기바이크 등을 지급하는 추첨 이벤트도 진행한다.
문제는 이런 출혈경쟁이 고스란히 이용자의 배달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배민1은 단건배달로 라이더 1명당 배달 건수가 줄어들면 라이더 수입이 감소해 배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더 확보를 위해 각종 프로모션을 하다 보면 결국 비용 부담은 이용자의 몫이 되지 않겠나"라며 "이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을 줄이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