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연일 강력한 긴축 시그널을 보내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4월(4.2%)은 물론 시장 예상치(4.7%)보다도 훨씬 높은 '깜짝' 수치로, 국제유가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비쌌던 2008년 8월 이후 13년 만의 최고치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또한 3.8%나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급등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1분기만 해도 평균 1.1%에 불과했던 CPI 상승률은 4월 2.3%, 5월 2.6%를 기록하며 큰 폭으로 치솟았다. 특히 5월의 경우 9년 1개월 만에 오름폭이 가장 컸다.
기저효과 영향도 있지만, 원자재와 음식료품 가격 오름세도 물가 인상에 한몫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올해 들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훨씬 빨라진 데다 물가 오름세도 가팔라지면서, 한국과 미국의 통화 및 금융당국에서는 긴축과 관련한 메시지가 점점 더 분명하게 나오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1일 창립 71주년 기념사를 통해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전날 “향후 경기, 금융안정, 물가 상황 등을 봐서 기준금리를 한두 번 올린다고 해도 긴축은 아닐 수 있다”며 강한 금리 인상 시그널을 내보냈다.
점차 강해지는 한은 발언에 금리 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이번 창립 기념사를 통해 종전 완화 일변도의 정책 기조에 변화를 줄 것을 명확하게 밝혔다"며 "당초 (인상 시기를) 내년 이후로 예상했지만, 올해 4분기, 구체적으로는 11월 한 차례 금리 인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물가 인상과 통화당국의 긴축 시사 발언이라는 '악재'가 한꺼번에 터졌지만 의외로 시장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보통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거나 기준금리 인상 조짐이 보일 때면 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날은 한미 양국 모두 시장이 오히려 호조세를 보인 것이다.
이날 미국 10년 국채금리는 전일 대비 0.06%포인트 하락하면서 하락 기조를 이어갔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한 달 만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우리나라 증시도 이날 코스피(0.77%)와 코스닥(0.34%)이 모두 상승 마감하면서 강세 흐름을 지속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CPI 상승률이 일시적이라는 점을 시장이 받아들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어느 정도 면역 반응이 생긴 측면이 있다"면서도 "아직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신호가 구체화하기 전까지는 증시가 당분간 등락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